독일 새 정부, 나치 시대 '낙태 광고 금지법' 폐지 추진
獨법무 "의사가 낙태 언급 못하다니 불합리"…"새 정부 첫 진보 사회정책"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독일에서 조만간 의사가 여성에게 낙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될 전망이다.
새로 출범한 독일 정부가 나치 시대 제정된 이른바 '낙태 광고 금지법'을 폐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DPA·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코 부슈만 독일 법무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형법 219a조를 없애는 초안을 마련해, 이를 놓고 현재 다른 연방 부처와 조율 작업을 거치고 있다.
부슈만 장관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낙태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이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이 낙태에 대한 사실적 정보만 제공할 것이라면서 "낙태와 연관된 여성의 상황은 이미 복잡하다. 우리가 이를 더 어렵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형법 219a조에 '임신 중절 행위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이 낙태 수술을 한다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최대 2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이 선고된다.
2019년 법이 일부 완화돼 수술이 이뤄지는 의료 기관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있게 됐지만, 그 이상의 정보를 입수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다.
최근 이 조항에 근거해 낙태 반대 세력이 웹사이트에 낙태에 대한 의학적 사실과 절차를 설명하는 의사들을 겨냥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표적 사례가 2017년 11월 낙태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벌금 600유로(약 81만원)를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 크리스티나 하넬이다.
당시 하넬은 수술 절차와 부작용 등에 대한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넬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약 15만명이 이에 동참해 목소리를 냈다.
형법 219a조 개정 문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이전 정부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문제였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진보 진영은 광고 허용을 요구했으나 기독민주당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2018년 3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간의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걸림돌이 됐다.
그러던 중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연정을 이룬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해당 조항을 없애는 데 동의하면서 새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법 개정이 숄츠 연정이 계획한 진보적 사회 정책 중 첫 번째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조항은 나치 치하이던 1933년 신설됐다.
가디언은 당시 나치 정권은 '독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런 조항을 신설했으며, 낙태를 반역과 동일시했다고 소개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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