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위기에 전·현직 대통령 정쟁…우크라 내우외환
"역내 안보 협상에서 배제돼 외교적 고립"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우크라이나가 점증하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과 외교적 고립, 전·현직 대통령 갈등 등으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놓였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러시아가 친서방 노선을 걷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10만 명가량의 군사력을 배치하자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침공 가능성을 제기하며 러시아와 이달들어 연쇄 회담을 이어왔다.
그러나 정작 '전쟁 위기'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협상에서 배제된 까닭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러시아는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러시아 인근 국가에 병력·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문서로 보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등이 이를 거부하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위기는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외교적 고립 상황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WSJ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 주요국과 러시아, 미국 등에 회담을 요청했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외부 상황이 이처럼 위태롭게 돌아가는 와중에 내부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충돌하며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반역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자국을 떠났던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수도 키예프 공항을 통해 다시 귀국했다.
그는 2014∼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세력의 자금조달을 돕는 대량의 석탄 판매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귀국 당일 현지 매체 등과 인터뷰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가 권위주의 정권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정에 대한 주의를 분산하려고 자신에게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1998년 국회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포로셴코는 2015년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2019년 대선에서 정치 경력이 없는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에 완패한 뒤 정치적인 수세에 몰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정부는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같은 거물들의 정치, 경제적 힘에 맞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응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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