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사퇴..."사고 현장 전면 재시공도 고려"(종합2보)
"기분양자 계약해지도 고려", "광주 붕괴사고 머리숙여 깊이 사과"
"대주주 책임은 다하겠다"…2선 후퇴하지만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
"구조안전 보증기간 30년으로 확대"…사태수습·신뢰회복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수습책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이 여전히 HDC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는데다 화정아이파크 대책 역시 안전점검 결과에 따른 조건부 대책이어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에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대책에 대해서는 "광주시 등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된 분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해당 201동 뿐만 아니라 전체 단지를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포함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화정 아이파크는 1, 2단지로 나뉘며 201동이 속한 2단지와 1단지 모두 각 4개동, 총 8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 시작해 국민의 신뢰로 성장했으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말을 금할 길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현재 광주는 정부 기관과 힘을 합쳐 안전관리를 하면서 구조작업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속히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신뢰회복 방안의 하나로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으로, 이를 3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전국 건설 현장에 대한 외부기관의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과 품질 상태를 충분히 확인해 우려와 불신을 끊겠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옮겨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회장직은 유지해 왔다.
그는 다만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지주사 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은 그대로 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일선 경영에서만 2선 후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유병규 대표이사 회장과 김원기 대표이사 전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에 맡기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며 "(현대산업개발과 관련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는 심사숙고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인 이달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지는 잇단 대형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사업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있고,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총수의 결단 없이는 사태 진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사고 당시에는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이번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에는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면서도 그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해왔다.
현재 여론은 현대산업개발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오너인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나지만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해 땅에 떨어진 브랜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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