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은 10월인데…전-현직, 벌써 '선거불복' 신경전
"전자투표, 선거결과 왜곡 가능성" vs "결과 받아들여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브라질 주요 매체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대선은 오는 10월 2일 1차 투표를 실시할 예정으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두 사람은 아직 공식 출마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전자투표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방행사에서 한 연설을 통해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으며, 전자투표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1차 투표에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전자투표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면서 검표 가능한 투표용지 사용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지만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전자투표의 문제점을 내세워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사전에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은 채 전자투표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을 부추겨 사법부와 의회를 압박해 왔다.
전자투표가 좌파 성향인 룰라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반(反)좌파 정서도 자극했다.
그러나 연방선거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면서 전자투표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선거법원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대선 불복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브라질 국민은 모든 권위주의 행태를 배격하며 올해 대선 결과를 인정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올해 대선을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대선 불복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이어 "차기 대통령은 브라질의 재건과 경제성장 회복, 소외계층 해소 등 과제를 안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경 보호, 빈곤 퇴치 등 글로벌 의제에서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브라질은 10월 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같은 달 30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현재까지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상당한 격차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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