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의혹' 중국계 변호사, 영 정부 홈페이지에 광고"
14일까지 정부 웹사이트에 광고…정보당국 '경계령' 발동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중국과 영국에 사무실을 두고 중국 스파이 활동을 하며 정치에 관여해온 것으로 지목된 중국계 변호사가 영국 정부 홈페이지에 수년간 광고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CNN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앞서 지난 중국계 변호사 크리스틴 칭 키 리 변호사가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며 '잠재적 위협'에 따른 '접촉 경계령'을 발동했다.
MI5는 그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UFWD)와 '은밀하게 연계돼' 활동하면서 영국 여야 의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고 외국 국적자들을 대신한 기부 활동 등을 통해 영국 내정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CNN은 리 변호사의 로펌인 크리스틴 리 법률사무소의 광고가 14일까지 영국 국제통상부(DIT)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었으며 이후 오프라인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DTI 대변인은 이에 대해 CNN에 "DTI가 크리스틴 리와 관계가 있다는 어떤 기록도 없다"고 밝혔으며, CNN은 리 씨와의 접촉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크린스틴 리 법률사무소는 또 영국의 사업환경 등에 대해 정부에 자문하고, 영국에 진출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각종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자문 네트워크'에 최소 2016년부터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CNN은 국제통상부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운영하는 정부 웹사이트(great.gov)를 통해 14일까지 크리스틴 리 법률사무소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법률사무소는 이 사이트에서 첫 한 시간은 무료로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DTI는 이에 대해 "great.gov.uk는 14일 이후에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리 변호사 사건은 MI5가 스파이 경계령을 내리면서 영국 정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의원들의 기부금 내역에 따르면, 리 씨는 법률사무소 이름으로 2014∼2020년 야당인 노동당 배리 가디너 의원에게 최소 46만1천파운드(약 7억 5천만 원)를 기부했고, 그녀의 아들이 가디너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의회 출입증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 씨 자신도 2013년 에드 데이비 영국 자민당 대표에게 5천파운드(약 813만원)를 기부했다.
그러나 영국은 아직 미국처럼 외국인 에이전트 등록법(FARA)이 없어 리 씨의 기부 활동이 불법이 아니다. 영국 시민 또는 외국 국적자가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영국에서 활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디너 의원은 CNN에 자신은 리 씨의 기부로부터 어떤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고, 기부금은 적절하게 보고됐으며 그 출처도 모두 밝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문제나 영국의 안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영국 정보당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 자민당 대표도 자신의 지역구 관계자가 리 씨의 기부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적법하게 보고됐다며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해외로부터의 위협이나 간섭으로부터 영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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