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상륙 속 '제로 코로나' 중국경제 위협요인 부상
시안 등 '제2 우한' 속속 등장…올해 5%대 성장 난망 관측 커져
고강도 봉쇄, 내수 타격 불가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 유입이 시작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올해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감염자의 절대적 수는 주요국보다 크게 적지만 극소수의 감염자 발생도 용납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최근 잇따른 '우한식 봉쇄'로 큰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금 같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경우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의 절반 수준인 4%대로 떨어지면서 경착륙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경기 급랭 중 코로나19 확산까지 '설상가상'
작년 말부터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의 전체 또는 일부 지역이 봉쇄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 1천300만명의 산시성 시안(西安)을 시작으로 허난성 위저우(禹州·인구 약 110만)와 안양(安陽·인구 약 550만명) 등 도시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우한(武漢)처럼 전면 봉쇄돼 주민들의 외출이 엄격히 금지되면서 해당 지역 경제가 거의 멈춰선 상태다.
감염력이 델타 변이보다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어망을 뚫고 톈진(天津)에 상륙해 안양, 랴오닝성 다롄(大連) 등지로 퍼져나가면서 사태는 더욱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고강도 봉쇄는 해당 지역의 소비와 생산 등 경제 활동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에 그간 상대적으로 간과된 코로나19 변수가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을 가늠할 핵심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코로나19 상황 추이와 (당국의) 관련 제한 조치에서 비롯된다"며 "중국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엄격한 방역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더 많은 도시가 봉쇄되고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장기화는 노동 시장에 압력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 부진을 초래하고 생산과 물류 운송에도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시안, 톈진 등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차질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생산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생산량도 단기적으로 소폭 감소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자동차, 폭스바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톈진과 저장성 닝보(寧波)의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는 가뜩이나 다양한 악재가 겹쳐 경기가 급랭 중인 가운데 돌출했다.
2020년 말부터 본격화한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해당 산업의 심각한 위축을 초래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지속, 경직된 환경 정책이 초래한 전력 대란 등 여러 악재 쌓여 중국 경제 성장 동력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중국의 작년 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작년 1분기 18.3%까지 올랐다가 3분기 4.9%로 급락했고 4분기에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큰 문제는 경제 성장 '3두 마차' 중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코로나 특수'를 누린 수출로 근근이 버티던 중국 경제가 소비 진작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가 돌출했다는 점이다.
작년 1∼3분기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3천376억달러(약 405조원)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제조업 기지와 원자재 생산기지 운영이 점차 정상화됨에 따라 중국에 몰리던 주문이 분산돼 20% 이상에 달했던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평시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간 경제 성장의 엔진이던 수출이 2022년 약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를 더욱 강력하게 진작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까지 거대한 내수 시장에 기반한 소비는 중국 경제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충격파로 중국의 소비는 2020∼2021년 2년에 걸쳐 5∼6%밖에 늘지 않았는데 이는 2019년 한 해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중국의 고강도 규제가 초래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작년 투자 역시 부진한 편이었다.
◇ 중국 올해 '5% 성장 지키기' 고전 전망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로 인한 중국 부동산 업계의 충격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올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의 성장률은 2020년 2.3%에서 2021년에는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8.0%로 잠시 반등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시대인 지난 2년의 평균 성장 속도는 약 5.2%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성장률이 6.1%였다는 점에서 중국의 연간 성장률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내년 자국 성장률을 5.3%로 예측한 것을 비롯해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주요 기관이 대체로 중국이 올해 5%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들어 여러 기관이 전망치를 4%대로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영향을 이유로 올해 중국 성장률을 직전의 4.8%에서 4.3%로 낮췄다. JP모건은 이달 들어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4.9%로 제시했다.
UBS는 부동산 침체가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현재의 엄격한 방역 정책을 2분기 이후까지 계속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경기 급랭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의 여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정부는 2020년과 같은 고강도 경기부양 여력이 없는 가운데 가용 재원을 경제 운용의 고비가 될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 두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도 한 차례 내렸지만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향후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형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하이빈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안정 최우선' 정책 환경이 조성된 상황이지만 (당국의) 거시 정책 조절 공간은 일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며 "통화정책도 상대적으로 꼬여 있어 지준율과 금리의 추가 인하 공간이 전체적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올해 가을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대관식'이 될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최우선 국정 기조로 제시한 '안정적 성장'(穩成長)과 제로 코로나 정책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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