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고기 없는 미국 식료품점…오미크론 인력난에 공급망 타격
텅 빈 매장 진열대…식품산업 노동력 부족, 결근·격리 이어져
물가상승에 외식 대신 '집밥'…식료품 공급 막혔는데 수요 늘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주요 식료품점에 빵과 고기, 우유 등 필수 식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매장 선반이 텅텅 비는 사례가 다시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초기 사재기 등 수요 충격으로 휴지와 식수 등 생필품이 동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이 미국 식품 산업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식료품점 선반이 깨끗이 비워졌다"며 "식료품점이 우유와 빵, 고기, 통조림 수프 등을 다시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트레이더 조, 자이언트 푸드, 퍼블릭스 등 미국 주요 식료품점 진열대가 비워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시하며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림치즈, 키친타월, 어린이용 주스, 고양이 사료까지 소셜미디어는 텅 빈 진열대 사진들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오미크론 변이가 인력난을 가중하며 식품 유통망에도 큰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농장과 식품 가공업체, 트럭 등 배송업체, 식료품점 근로자를 감염시켰고 공급 차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슈퍼마켓 체인업체 앨버트슨스의 비벡 상커란 최고경영자(CEO)는 물품 조달이 빠듯하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공급망 문제를 키웠다고 밝혔다.
전미 식료품협회는 회원 업체 상당수가 평상시 직원의 50% 미만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인력난을 호소했다.
그레그 페라라 협회장은 "먹거리는 충분하지만, 공급난과 인력난으로 소비자들이 특정 식품을 구매하는 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드 업계를 대변하는 소비자브랜드협회의 제프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27개 식품업체 경영진과 회의한 결과, 지난 2주간 결근 직원이 2020년 전체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주에 매장을 둔 슈퍼마켓 체인 스튜레너드스에선 오미크론 감염이 급증하면서 전체 직원 2천500명 중 200명이 결근하거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식품 전문매체 슈퍼마켓그루의 필 렘퍼트 에디터는 노동력 부족이 식품 산업의 모든 분야를 압박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2년간 이어지며 저임금 식품 산업 인력 유출을 가속했고 트럭 운전기사 등 공급망 인력난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는 폭설이 내리며 도로가 마비됐고 이 지역의 식료품 공급난을 더욱 부채질했다.
식료품 유통이 꽉 막힌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WP는 오미크론 확산과 물가 상승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늘었고 이는 식료품 수요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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