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저소득층 아파트서 큰불…어린이 9명 등 19명 사망(종합2보)
32년만에 뉴욕시 최악 화재…고장난 전기난로서 발화 추정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미국 뉴욕시의 한 아파트에서 큰불이 나 19명이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NBC 뉴욕 등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오전 10시 54분께 뉴욕시 브롱크스의 19층짜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1시까지 200여 명의 소방관이 투입돼 불길을 잡았으나, 최소 32명의 중상자를 비롯해 모두 6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6세 이하 아이들 9명을 포함한 19명이 숨졌다고 뉴욕시가 밝혔다.2∼3층의 한 복층 아파트에서 시작된 화재로 건물 높이만큼 연기가 치솟고, 창문 밖으로 화염이 번지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특히 유독가스가 많이 퍼지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관들은 거의 모든 층에서 부상자를 발견했으며, 이 중 다수는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상태였다고 뉴욕시 소방국은 밝혔다.
대니얼 니그로 뉴욕시 소방국장은 "이 건물 전체에 걸쳐 많은 사람이 갇혀 있었다"며 "전례 없이 많은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맨 처음 불이 난 아파트 문이 열려있었던 바람에 연기가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니그로 국장은 "불은 고장 난 전기난로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방화로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7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모두 120가구 규모로, 주로 노동자 계층이 사는 곳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입주자 다수는 정부의 월세 보조금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으로, 일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다.
오스왈드 펠리스 뉴욕시의원은 NYT에 "이날 화재는 비극"이라면서 피해자들을 가리켜 "뉴요커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평소 아파트 화재경보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작동해 이날도 처음에는 가짜 경보가 울린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아파트 화재가 지난 1990년 브롱크스의 해피랜드 나이트클럽 방화 이후 뉴욕에서 가장 피해가 큰 화재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여자친구와 다툰 훌리오 곤살레스가 클럽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87명이 숨진 바 있다. 뉴욕시 역사상 최악의 화재는 1911년 로어맨해튼의 한 공장에서 140명이 사망한 사고다.
또 2017년 역시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에서 13명이 숨진 이후 미국의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불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화재가 됐다고 AP가 전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규모가 끔찍할 정도"라며 "현대 뉴욕에서 목격한 최악의 화재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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