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동하다 구금된 사우디 공주, 3년 만에 석방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다 아무런 기소 절차 없이 3년 동안이나 수감됐던 바스마 빈트 사우드 빈 압둘라지즈 사우디 공주가 석방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바스마 공주와 그 딸이 석방됐다"며 "그동안 의료 지원 요청이 거부돼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ALQST는 "구금 중 공주에게는 어떤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당국은 석방과 관련된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바스마 공주는 2019년 치료 목적으로 스위스를 방문하기 직전 딸 한 명과 함께 체포돼 최근까지 수감됐었다.
2020년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건강상 이유로 석방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공주가 어떤 질병을 가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의 배후에는 사우디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빈살만 왕세자는 2017년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개혁을 추진하면서, 반체제 인사들과 반대파를 가혹하게 단속했다. 왕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스마 공주는 구금되기 전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바스마 공주의 가족은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권력 남용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가 수감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의 측근으로 분류된 것도 구금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고 가족은 주장했다.
빈 나예프 왕자는 애초 왕위 계승 1순위였지만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를 내려놓고 내무장관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당시 부왕세자(제2왕위계승자)였던 무함마드 왕자 측의 압박을 받았을 거라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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