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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입국거부에 세르비아 반발…호주 "1위도 백신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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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입국거부에 세르비아 반발…호주 "1위도 백신 맞아야"
양국 총리도 신경전…부치치 "마녀사냥" vs 모리슨 "규정은 규정…예외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에 대한 입국 거부 사태가 호주와 세르비아의 국가 차원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 AFP, 가디언, CNN 등에 따르면 조코비치는 오는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날 밤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면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취소됐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호주연방국경부(ABF)는 조코비치가 적절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충족하지 못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ABF의 비자 취소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호주 당국이 '즉시 송환' 결정은 유예하면서 법원 결정이 나오는 오는 10일 전까지 강제송환은 면하게 된 조코비치는 현재 멜버른의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작년 호주 오픈 대회 우승자로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를 노리고 있는 '국민영웅' 조코비치가 만난 뜻밖의 암초에 세르비아 전체가 들끓고 있다.
가족과 팬들은 물론 호주 대사를 초치하는 등 정부까지 항의에 나선 것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조코비치를 난민 등이 체류하는 호텔에 함께 머무르게 했다는 사실을 두고 호주 당국을 비난했다.
이 호텔은 예전에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을 수용하는 구금시설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재가 발생했고 음식에서 구더기가 발견됐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조코비치와 그의 가족들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으며, 조코비치가 열악한 호텔에서 나올 수 있게 세르비아 장관들이 호주 쪽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멈춰달라"며 "호주 총리까지 포함해 모든 이가 합세해 정치적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조코비치 아버지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주도하며 조코비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조코비치의 아버지는 "조코비치는 곧 세르비아고, 세르비아는 곧 조코비치"라며 "아들에 대한 공격은 곧 세르비아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와 서방이 조코비치가 세르비아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비난하며,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세르비아를 공습했던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코비치 아버지는 "이 사건은 스포츠와 무관하고 정치적 의제에 해당한다"며 "조코비치는 세계 최고 (테니스)선수이자 운동선수이지만, 수억 명의 서방인들은 이를 배 아파한다"고 덧붙였다.
조코비치 어머니도 "아들이 호주에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조코비치가 머무르는 호텔 밖에서는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호주 측은 세계 랭킹 1위라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규정은 규정이고 특별한 경우는 없다"며 조코비치의 입국을 거부한 ABF의 결정을 옹호했다.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도 BBC에 "만약 조코비치가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의 주권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부자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녀선 정말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호주 시민들은 앞서 조코비치가 앞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고 밝히자 크게 분노한 바 있다.
가뜩이나 그간 오랜 봉쇄조치에 지쳐있던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까지 폭증했는데, 조코비치의 백신 거부 행보가 반감을 일으킨 것이다.
조코비치는 이전부터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하길 꺼렸고, 백신 접종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테니스 투어 대회가 중단되자 그는 2020년 '안드리아 투어'라는 대회를 직접 기획했는데, 이 대회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결국 그와 그의 아내를 포함해 일부 참가자가 코로나19에 확진돼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6위)은 이번 일은 조코비치가 백신을 맞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며, 조코비치는 이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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