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00원대 환율에 기업들 촉각…수출엔 호재, 원자재 수입엔 악재
원화가치 하락시 수출상품 가격경쟁력 올라가지만 수입부담은 커져
"美테이퍼링 여파로 달러 강세 예상…연간 1천150∼1천200원선 전망"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새해 벽두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원화 약세 흐름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호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원자재를 주로 수입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수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천2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천200원을 넘은 것은 2020년 7월 24일(1천201.5원) 이후 1년 5개월여만이다.
환율이 1천200원을 돌파한 것은 간밤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조기 정책금리 인상은 물론 양적 긴축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원화 약세가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데 대해서는 부담을 나타냈다.
원화 약세는 수출 물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해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수출이 늘면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전기장비·운송장비, 기계·장비, 컴퓨터·전기 및 광학기기 등이 원화 약세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산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석탄 및 석유, 목재·종이, 1차 금속은 피해가 늘 수 있는 업종으로 꼽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원화 약세로 매출과 영업이익에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 위축은 기업들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환율이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환율이 추가로 급등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에 취약한 대신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유 수입과 제품 수출을 모두 외환 기준으로 하므로 경영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환율이 1천200원대여서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1천300원대로 치솟는다면 기업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여파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연간 환율은 1천150∼1천200원 선으로 전망되는데 아직은 이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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