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등 중위도 해역에서도 태풍 형성
열대성 저기압 세력 강화와 맞물려 위험도 더 커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과 같은 중위도 해역에서도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되고 강화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태풍과 허리케인 세력이 더 강해지는 추세와 맞물려 관련 위험을 더 크게 만들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예일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행성학과 물리학자 조슈아 스터드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온난화 시기 고기후 시뮬레이션과 다양한 기상 및 기후 예측, 위성 관측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생대 제3기 에오세(5천600만∼3천400만년 전)와 플라오세(530만∼260만년 전) 등 온난화 시기의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 시기 때보다 더 높은 위도에서 형성되고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관측 기록과 예측 모델은 21세기에도 인간활동으로 늘어난 온실가스로 기온이 오르면서 열대성 저기압 발생 지역이 다시 고위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열대성 저기압은 수온이 높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제트기류와 떨어진 적도 인근 저위도 열대 바다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적도와 극지 간 기온 차이가 줄어들고 여름에 제트기류를 약화하면 중위도에서도 열대성 저기압을 형성, 강화하는 창을 열어놓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포르투갈에 처음 상륙한 열대성 저기압 '알파'와 지난해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에 상륙한 허리케인 '헨리' 등이 중위도 열대성 저기압의 전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위도 지역에는 서울을 포함해 도쿄와 베이징, 뉴욕, 보스턴 등 인구밀집 대도시가 몰려있다.
논문 제1 저자인 스터드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21세기 열대성 저기압이 지난 300만 년간 보다 더 넓은 위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후변화의 중요하고 과소평가된 위험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예일대 해양대기과학 교수 알렉세이 페도로프는 "열대성 저기압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논란대로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이 늘어나지는 않더라도 중위도 지역에서 더 많은 열대성 저기압을 보게 될 것임을 나타내는 다양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열대성 저기압의 세력이 평균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맞물려 지구온난화 속 열대성 저기압과 관련된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열대성 저기압이 늘어날 것인지를 놓고는 아직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열대성 저기압의 세력이 평균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은 관측기록을 통해 입증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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