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뽑자 #부동산] 李·尹 모두 "250만호 공급"…부지-재원 마련 어떻게
공급확대 기조 같지만 방법론 달라…李 '공공부문' vs 尹 '민간부문' 주도
李 '규제강화' vs 尹 '규제완화'…안철수·심상정 후보도 공급확대 공약
전문가 "실현 가능성엔 의문표", "부지-재원마련·민간참여 여부가 관건"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20대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후보의 공약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꾀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정권교체를 노리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잡지 않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부동산 공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해법으로 공급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 후보는 공공 주도 공급, 윤 후보는 민간 주도 공급에 각각 방점을 찍어 각론에선 시각차가 드러난다.
부동산 규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투기 차단을 위한 규제 강화, 윤 후보는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비된다.
두 후보가 공히 250만호 공급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나오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李 "기본주택 100만호로 공공임대 비율 5%→10% 확대", 尹 "원가주택 30만호·역세권 첫 집 20만호 공급"
2일 여야 대선후보 캠프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최근 주택가격 폭등과 전세난 등 부동산 문제의 해법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야당인 윤 후보는 물론이고 여당인 이 후보 역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 차단에만 치중하고 공급 확대에는 소홀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압도적인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한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신규주택 규모는 250만호로 동일하다.
숫자는 같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방향성이 다르다.
이 후보는 공공부문, 윤 후보는 민간부문을 통한 공급을 각각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후보는 250만호 중 최소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본주택이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직주근접성이 높은 곳에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주택이다.
건설 원가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수익성을 따지는 민간 주도로는 어렵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주택을 기본 모델로 삼아야 한다.
이 후보의 기본 생각은 '집 없는 서민이 굳이 집을 사지 않고도 원하는 경우 평생 또는 집을 살 때까지 고품질의 주택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이 고통받지 않게 하려면 공급물량 확대와 투기·공포수요 억제가 필요하다"며 "공급 내용도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본주택 공급을 통해 현재 전체 주택의 5% 수준인 장기임대 공공주택의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대규모 공급을 위한 택지 발굴에도 나섰다. 용산공원과 김포공항, 성남서울공항, 수원비행장 등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에서 "경인선과 (지하철) 1호선, 고속도로 등의 지하화를 통해 지상 부지를 공급하고, 용산 부지 일부 또는 성남·김포공항을 검토해보자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앞서 토론회 등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도심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는 투기꾼', '강남 집값 때려잡기' 등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를 정치화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강조한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용적률은 높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전면 재조정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대폭 허용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1기 신도시의 주택 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250만호 중 공공주도로 50만호, 민간주도로 200만호의 공급이 가능하다며 수도권에만 민간·공공을 합쳐 1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주택에 맞서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을 제시했다.
원가주택은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다. 매년 6만호씩 총 30만호를 공급하는 것 목표다.
5년간 2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로 높여주고, 이를 통해 확보한 물량의 50%를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면 추가 비용 없이도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시장과 싸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공이 모든 걸 주도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교만"이라고 비판한다. 안 후보는 앞서 서울시장 경선 당시 5년간 주택 74만6천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수도권에 16만∼25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해 5%인 공공주택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청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짓는 것을 비롯해 대법원-대검찰청 부지, 용산 철도정비창과 구로차량기지, 용산미군기지 일부 등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 李 '규제강화' vs 尹 '규제완화'…전문가 "부지-재원조달 세부계획 없어 공약(空約) 우려"
부동산 규제에 관한 시각도 다르다.
이 후보는 투기 근절을 위한 규제 강화, 윤 후보는 거래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후보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기 방지를 위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등의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주택도시부를 신설해 주택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수사권이 부여된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해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고, 대출이 막혀 고통받는 실수요자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혼부부·청년층의 LTV를 80%로 높여주고 현 정부가 투기 우려 등으로 힘을 뺀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물량 확대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이행 방안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칫 지키기 힘든 '공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250만호 공급을 공약했는데 이게 현 정부가 추진하는 210만호 이상의 공급계획을 무시하고 새로 추진하는 것인지 일부 포함된 물량인지부터 불분명하다"며 "구체적인 부지 계획이나 재원 확보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표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이 후보의 기본주택 100만호 계획의 경우 주택 한 채 공급에 최소 3억원씩만 잡아도 300조원이 들어가는 계획이고, 윤 후보의 원가주택 등의 계획도 마찬가지"라며 "공약 실현 방안이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 후보의 공약은 부지 확보와 재원 마련이, 윤 후보의 공약은 민간 참여가 관건"이라며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치적 결단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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