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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난민선 표류 로힝야족 120명 인도네시아 상륙
인도양 쓰나미로 도움받은 아체 주민들, 난민 구조에 적극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난민선을 타고 표류하던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120명이 31일 새벽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에 상륙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류애적' 차원으로 해군이 난민선을 항구로 예인하도록 허용했다.



31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주 앞바다에 고장 난 난민선을 타고 표류하던 로힝야족 난민들을 고민 끝에 수용하기로 29일 결정했다.
전날 인도네시아 해군은 폭우와 높은 파도 때문에 난민선 예인에 어려움을 겪다가 이날 새벽 난민선을 항구까지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당국은 난민들에게 소독약을 뿌린 뒤 버스에 태워 인근 군사 훈련시설로 옮겼다.
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와 건강 체크부터 받고, 10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난민은 120명 정도로, 다른 로힝야족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말레이시아 밀입국을 노린 것으로 추정됐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해 난민촌에 모여 산다.
지난 주말 아체주 어부들이 발견한 난민선은 엔진이 고장 나고, 선박 바닥에 물이 새 언제라도 전복될 위기였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선박에 빽빽하게 장기간 앉아 있어 극도로 쇠약해졌다.
출항한 지 한 달이 다 돼 식량과 식수도 바닥난 상태였다. 표류 중 17세 소년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난민선을 처음 발견한 아체주 어부들은 동영상을 찍은 뒤 인도네시아 정부와 인권단체, 유엔난민기구(UNHCR)에 보내 난민들이 구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체주 어부들은 작년 6월 25일 로힝야족 난민선이 침몰하는 것으로 보이자 99명을 구조해 직접 육지로 데려왔다.
당시 어부들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구조부터 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아체주 어부 리드완(56)은 "난민선을 지난 주말 발견했을 때부터 다 같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며 "아체 주민들은 '인도양 쓰나미' 강타 후 전세계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기에 진심으로 난민을 돕고 싶어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재난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양 쓰나미'는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께 아체주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으로 최고 높이 30m에 이르는 쓰나미가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했다.
당시는 쓰나미 조기 경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아체주에서만 17만여명이 사망(이하 실종자 포함)하는 등 스리랑카, 인도, 태국을 포함해 총 23만명이 숨졌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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