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우크라 기업가에 "美 우주항공업체서 손 떼라"
기술유출 우려 등 국가 안보 이유로 소유 지분 매각 요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출신 정보기술(IT) 거물 막스 폴랴코프에게 로켓 제작사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첨단 기술 목적의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는 기관인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지난달 말 폴랴코프에게 서한을 보내 폴랴코프와 그의 투자회사 누스피어벤처가 보유한 파이어플라이 지분 약 50%를 매각하라고 요구했고, 폴랴코프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CFIUS의 지분 매각 요청 사유는 '국가 안보상 이유'였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쪽 국경에 군사력을 집결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혹시라도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 우크라이나인이 소유한 미국 회사의 기술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미국 정부 측 우려다.
특히 파이어플라이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 공군 등과 여러 계약을 따내는 등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파이어플라이는 민간 로켓 개발·제조업체다. 지난 9월 자체 개발 로켓을 최초로 쏘아 올린 바 있다. 당시 목표 궤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첫 발사 시험으로는 준수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회사는 최근까지 2차 발사시험을 추진해왔으나 미국 정부가 폴랴코프의 지분 관계를 문제 삼으며 이를 중단시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폴랴코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소프트웨어 벤처로 큰돈을 벌었다. 2017년에는 파산 직전에 놓였던 파이어플라이를 인수해 아낌없이 자금을 지원해왔다.
항공우주 분야에 사재를 털어 넣는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와 비견되기도 했다.
파이어플라이는 대변인 성명에서 "누스피어벤처는 보유 중인 파이어플라이 지분의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스피어벤처와 폴랴코프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이러한 우려에 최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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