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911대원 "범죄 급증, 시장의 실정 탓" 정면 비판
"경찰예산 삭감·인력 감축"…시카고 살인사건, 뉴욕 1.8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살인사건 발생 건수가 2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치안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시카고 911대원이 전국 방송에서 시장의 실정을 정면 비난하며 직격했다.
시카고 경찰 소속 911대원 키스 손튼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사건 신고가 들어와도 출동할 인력이 태부족"이라면서 "강력사건 현장에 혼자 나가야 하는 대응요원들은 서로 '두렵다'는 문자메시지를 나누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린아이·청소년·성인·노인 구분 없이 수많은 이들이 총에 맞아 죽고 있다. AK-47(자동소총) 위협 아래 차를 빼앗기기 일쑤"라면서 "주민이든 출장자든 여행객이든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로리 라이트풋 시장(59·민주)의 실정 때문으로 돌렸다.
그는 "당국은 범죄 통제력을 상실했고, 도시 전체가 생지옥 같은 상황"이라며 "시장의 실정이 시카고를 치안 부재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라이트풋 시장은 이달 초 메릭 갈랜드 연방 법무장관에게 "범죄 급증으로 시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불법 무기 거래 및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법무부 산하 총기단속국(ATF) 요원들을 시카고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스 진행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시카고 범죄 억제를 위해 연방 차원의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나 민주당 소속인 라이트풋 시장이 "문제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거부한 사실을 상기했다.
그러자 손튼은 당시 시장이 정치적 입장만 앞세워 연방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치안 문제는 민주·공화 정파 문제가 아니고 흑·백 인종 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풀어야 할 과제다. 내가 목소리를 내고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손튼은 앞서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라이트풋 시장이 경찰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을 대폭 감축해 시카고를 '죽음의 지대'로 만들었다"며 도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욕포스트는 "라이트풋 시장은 지난해 미국을 휩쓴 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의 경찰 예산 삭감 요구 시위 이후 시카고 경찰 예산 8천만 달러(약 950억 달러)를 삭감하고 법집행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시카고 총기 범죄율은 지난해보다 9% 더 증가했고, 살인 사건 발생 건수는 2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4천514명이 총에 맞아 791명이 사망했다. 총기 외 폭력을 포함하면 살인사건은 841건에 달한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480건)의 1.8배에 가깝다.
시카고 지역매체 선타임스는 29일자 보도를 통해 도심 번화가를 포함하는 니어노스 지구의 성범죄 사건이 지난해 77건에서 올해 151건으로 95%나 급증하며 20년래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범죄 안전지대로 간주돼오던 시카고 도심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2020년 5월 흑인 사망 사건 항의 시위가 촉발한 폭동·약탈 사태 이후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다.
선타임스에 따르면 시카고 도심 총격 사건은 2019년 25건에서 2020년 54건, 2021년 10월까지 77건으로 2년 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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