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격리단축' 논란…"허점많아 더 퍼질 것"·"경제인프라 유지"
"격리종료 전 음성확인해야…미접종자 구별 안한 것도 문제"
"많은 사람 격리 안 하도록 해야…안전한 일상생활 보장할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증상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한 조치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CDC 측은 그동안 축적된 과학적 근거와 임상자료를 토대로 사회적·경제적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선 새 격리 지침에 허점이 많아 자칫 코로나19를 더 확산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28일(현지시간) 의학 전문가들과 노동단체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맹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격리를 끝내기 전 신속하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항원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지 않아 이 검사가 줄 수 있는 혜택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항원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결과가 금세 나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음성'을 확인한 뒤 격리를 끝내면 그러지 않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이 조치가 적용되도록 해 여전히 타인에게 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상태에서 격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前) 미 의무총감인 제롬 애덤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CDC의 지침을 따르지 말라고 권고했다. 격리를 끝내기 전 항원 검사를 받고 음성을 확인한 뒤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애덤스 전 의무총감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과학자나 의사 중에 스스로, 또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하겠다고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지침을 옹호하는 사람에게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5살 미만 친척, 또는 면역 체계가 손상된 친척에게 5일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천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가까이 있게 되는 모임에 참석하라고 하겠느냐'고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DC는 전날 코로나19 감염자라도 증상이 없다면 5일간 격리한 뒤 이후 5일간 마스크를 쓴 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격리 지침을 완화했다. 10일이었던 종전의 격리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공중보건 교수 리애나 웬도 "격리를 끝내려면 실제로 검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금 증상 있는 사람을 검사할 충분한 검사 키트조차 없다면 이런 식으로 격리를 끝내라는 지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브라운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메건 래니 학장은 음성 판정을 먼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면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이는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백신 접종자와 미(未)접종자를 구분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보다 전염성을 유지하는 기간이 더 짧아 구분해서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간호사 노조인 전미간호사연합(NNU)의 진 로스 위원장은 CNN에 나와 "새 지침은 오직 더 많은 질병과 더 많은 확진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했다.
반면 보건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경제 인프라(기반설비)가 붕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입장을 역설하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현재 나타나고 있고, 오미크론으로 인해 계속 (증가할) 신규 확진자의 규모를 볼 때 우리가 주의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그토록 많은 사람이 격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도 전날 새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번 (지침) 업데이트가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계속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