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입법회 선거 친중진영 최대 지지자는 공공임대주택 주민"
친중 진영 싹쓸이 선거서 공공 임대주택단지 투표소 투표율 높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서 친중 진영이 싹쓸이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의 지역별 투표율 분석 결과, 공공 임대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친중 진영의 최대 지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분석했다.
SCMP는 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전체 투표소 620개 중 투표율 36.1∼66%를 기록한 투표율 상위 35개 투표소를 분석한 결과, 그중 21개소는 대다수 유권자가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SCMP는 "공공 임대주택 단지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은 친중 진영이 이들 지역 저소득 거주자들에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입법회 선거는 역대 최저인 30.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기치 아래 반대파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 실시된 입법회 선거다.
야권의 불참 속 친중 진영 일색의 후보들이 출마하자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선거를 외면했고, 투표율은 직전 2016년 입법회 선거의 거의 반토막이 됐다.
홍콩에서 공공 임대아파트는 계층의 사다리 아랫부분에 자리한 서민들에게 평생의 꿈이다.
이른바 '닭장 집'(cage house) 혹은 '관짝 집'(coffin house)이라 불리는 '쪽방'의 탈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은 집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다시 쪼개 세를 놓는 '쪽방'은 1.68∼2.52평(60~90스퀘어피트) 규모로 매우 작다.
인구 750만명의 홍콩에서 빈곤층은 100만명이 넘으며, 쪽방에 사는 사람이 20만여명이다.
공공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쪽방 탈출에 성공한 이들이다. 또 많은 이들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새로 이주해온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임대주택의 절반 가량은 약 9~12평이며, 나머지는 약 6~9평 혹은 약 6평 크기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3만950홍콩달러(약 471만원), 자산 54만8천홍콩달러(약 8천340만원)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공공 임대주택의 월세는 민영 주택 월세의 4분의 1∼6분의 1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활동가는 SCMP에 "공공 임대주택의 많은 거주자들은 중국 본토에서 새로 홍콩으로 와 이전까지 쪽방에서 살던 이들"이라며 "이들 친중 집단은 평소 아주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선거에서 쉽게 유권자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을 때도 일부 민주 진영 후보들은 이들 친중 진영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중산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직전인 2016년 입법회 선거와 비교해 투표율 하락폭이 컸다.
그중 콘힐 지역 투표소는 경우 2016년 선거에서 투표율이 74.4%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무려 48%p 급락한 26.1%를 기록했다고 SCMP는 전했다.
반면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투표소는 수백명의 경찰관이 집단 거주하는 퀀퉁 지역 순리기율부대기숙사 내 설치된 투표소로 6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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