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내달 중고차시장 진출 선언…현대차 인증중고차 나올까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는 아직…완성차 "더이상 미루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현대차[005380] 등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3년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자 조급해진 완성차업계가 결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달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모든 준비 과정을 철회해야 해 아직 완성차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개방을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000270]는 다음달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업체가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정만기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 완성차업계는 내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입에 제한이 없음에도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반발로 인해 3년간 시장 진입을 자제해 왔지만, 거듭된 협상에도 중고차 매매업계가 합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완성차업체의 입장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업체 등록만 하면 완성차업체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입이 불가능했지만 2019년 초에 지정 기한이 이미 만료돼 지금은 법적으로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중기부는 연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릴 것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심의위원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자 완성차업계는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하에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도 이전부터 꾸준히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온 만큼 내년부터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완성차업계가 다음달부터 중고차 사업자 등록 절차를 밟더라도 중기부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곧바로 발을 빼야 해 아직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당장 내년부터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를 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개시와 인수, 확장이 제한됐다. 이후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면서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다시 한번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는 같은 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심의위가 곧장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완성차업계의 독점 논란으로 인해 중기부는 지정 심의 시한인 지난해 5월을 넘겨 현재까지도 심의위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재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함께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까지 발족됐지만, 역시 상생안 도출에 실패했다.
완성차업계는 중기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기존 중고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연간 거래대수 점유율을 내년 5%, 2023년 7%, 2024년 10%로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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