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난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 물꼬…유엔도 동참(종합)
일부 국제원조 허용…"경제붕괴 막는 것은 탈레반 몫" 압박
탈레반 "경제 상황에 도움될 것…좋은 조치'" 환영
(워싱턴·뉴델리=연합뉴스) 류지복 김영현 특파원 = 미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텄다.
미 재무부는 이날 아프간에 대한 일부 국제원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특별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이번 허가에 따라 미국 정부는 물론 유엔과 비정부기구와 같은 국제단체들은 탈레반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에서 활동하며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아프간인이 아프간 내 가족에게 송금하는 것이 허용된다.
재무부는 미 당국이나 유엔이 탈레반과 세금, 수수료, 공과금 납부 등 공적인 업무를 할 경우 제재를 면제하는 허가도 내줬다.
이에 따라 유엔의 경우 아프간 내 유엔 시설을 경비하는 아프간 내무부 직원들에게 급여를 보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적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금융자산 지급,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허용된다고 적시했다.
AFP통신은 이 결의안을 미국이 제안했다면서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하되 자금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의 결의에 대해 탈레반은 "좋은 조치"라며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유엔의 조치에 감사한다며 "아프간의 경제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어 국제사회가 다른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9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아프간 정부의 해외 보유자산을 동결한 상태로 이 가운데 70억 달러가량은 미국에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미국이 20년 된 아프간전쟁 종식을 위해 주둔 미군을 철수하던 지난 8월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며 아프간을 다시 장악했다.
하지만 미국은 포용적 정부 구성, 소수자와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탈레반을 합법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인도적 지원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재 위반에 따른 불이익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로 아프간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2천4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유엔의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식품 가격이 올랐고 실업이 늘었지만 아프간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수준의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정부에는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재고가 많다"며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미 당국자는 재무부의 이번 조처가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완전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탈레반이 결정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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