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北 체제 유지에 해커 부대가 생명줄"
"랜섬웨어로 외국 금융기관 해킹, 가상화폐 탈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북한 '해커 부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권 유지 수단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22일 보도했다.
해커 부대가 사이버 범죄로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자금을 댈 뿐 아니라 경제까지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인프라 보안국(CISA)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은행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은 강대국의 국방 기밀을 훔치고 랜섬웨어로 자금을 빼내고 가상화폐를 가로채거나 범죄 수익을 가상화폐로 '세탁'하는 등 온갖 사이버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데이터까지 빼내려 했던 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김정은 정권이 사이버 범죄로 취득한 부정 수익은 이미 23억 달러(약 2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기밀 보고서에서 해킹 수익은 특히 북한의 '최우선 순위 정책', 즉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로 봤다.
또 북한은 일시적, 제한적으로나마 미국의 핵심 인프라 시설과 기업의 네트워크를 붕괴시킬 수 있는 정도의 사이버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체는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로 경제가 꽉 막힌 북한에서 사이버 범죄는 '생명줄' 같다"라고 전했다.
또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 2020년 북한의 사이버 범죄 수익이 북한 전체 경제 규모의 8%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안 그래도 제재로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던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을 전면 봉쇄한 탓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암호화폐를 탈취하려고 '애플제우스'(AppleJeus)라고 불리는 악성코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이후 30개국에서 여러 버전의 애플제우스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빼낸 가상화폐 자금만 3억1천640만 달러(약 3천800억원)에 이른다.
국제 제재 탓에 북한이 석탄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던 돈이 연간 4억 달러(약 4천80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으로서는 해킹에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미국의 국제문제 분야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제니전 연구원은 "북한은 임무 수행을 위해 뻔뻔하고 파괴적으로 되기를 서슴지 않는다"며 "다른 국가의 해커가 워낙 조심스러워 행동의 제약이 크다는 점과 비교하면 북한은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블룸버그에 "북한의 사이버 능력은 더 발전할 것이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앞으로 10년간 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로 행동이 제약당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금을 벌어들이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사이버 공격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북한 최신 정보를 한국 공공기관과 단체에 제공하는 탈북민 출신 강미진 NK투자개발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은 해커 부대가 자신의 생존에 필수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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