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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저투표율 나오나…입법회 선거 '투표저항'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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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저투표율 나오나…입법회 선거 '투표저항'에 촉각
선거제 개편 불만에 20∼40% 전망…당국 투표독려 문자까지 발송
"외세와 반중 세력 투표반대 촉구, 투표율에 영향 예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첫 입법회(의회) 선거가 19일 치러지는 가운데 이번 선거는 당선자가 아닌 투표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을 감시하는 입법회 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고 유권자가 450만명에 달하지만, 민주진영이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까닭에 출마자나 선거의 내용에 대한 관심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대신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입맛에 맞게 개편된 선거제에 대한 불만을 투표율과 무효표로 표출할 것이냐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하나…무효표는 얼마나
이번 입법회 선거는 총 90명의 의원을 뽑은 데 153명이 출마했으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140여명이 친정부·친중 진영 후보이고, 전통적인 야권인 민주진영 후보는 0명이다. 자신을 친정부 진영이 아니라며 '중도성향'이라고 홍보하는 후보가 10명 정도다.
지난해 6월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주요 민주진영 인사들이 대거 기소되거나 실형을 살고 있고, 일부는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홍콩 민주진영은 선거제 개편에 항의해 후보를 아무도 내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경쟁과 열기가 실종된 이번 선거의 관심사는 누가 뽑힐 것이냐가 아니라,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느냐이다.
홍콩 명보는 19일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보다 투표율에 관심을 더 갖는다"면서 "전통적인 민주진영이 선거에 불참한 가운데 선거 열기는 사라졌고 이는 투표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직선 의석이 줄어들고 주요 야권이 불참하면서 투표율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의 청킴화(鍾劍華) 부총재는 SCMP에 "많은 홍콩인이 후보의 얼굴이나 이름조차 모른다"며 "그들이 당선된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대중을 대표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직전 입법회 선거인 2016년 9월 선거의 투표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 220만 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58.3%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입법회 선거 투표율 55.6%를 웃도는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높은 투표율에 대해 중국의 간섭이 강화되는 데 불만을 느낀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지가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2019년 11월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71.2%(294만명 참여)로 홍콩의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해 반년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당시 구의원 선거에서 일부 투표소는 투표 마감시간 후에도 약 1천 명이 1시간 이상 줄을 선 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입법 선거를 앞두고는 투표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20∼40%로 전망되고 있다고 홍콩 언론은 전한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투표율에 27% 정도로 예상된다고 명보에 밝혔다.
투표 보이콧과 함께 '백지 투표' 운동도 벌어지고 있어 무효표의 규모도 관심사다.
앞서 민주 진영 정치인 21명이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채 9월 12일 치러진 마카오 의회 선거의 투표율은 1999년 마카오가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저 수준인 42%에 그쳤다. 또 백지투표가 3천141표로 4년 전 선거 때의 922표보다 3배 이상 늘어났으며, 무효표는 4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전했다.







◇ 투표율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중국, 낮은 투표율에 끄덕 않을 것"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될 선거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 20명, 관련 업계 간접선거로 뽑는 직능 대표 의원 30명,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뽑는 의원 40명 등 총 90명의 의원을 뽑는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르면 20일 정오께 모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이 뽑는 선거의 당선자는 20일 오전 3시께, 기존 35석에서 20석으로 줄어들고 10개 지역구에서 진행되는 지역구 당선자는 20일 오전에 나오고 마지막으로 직능 대표 선거 결과가 보태져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자 홍콩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전날 투표 독려 문자를 발송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회 선거는 당신과 홍콩의 미래에 중요하다. 부디 19일 투표소에서 투표해달라"고 촉구했다.



홍콩 정부는 또한 이날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무료로 해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저조한 투표율에 대해서는 이미 각오를 한 듯, 에릭 창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전날 라디오방송에서 "일부 외세와 반중 세력이 투표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등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 투표율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투표율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보는 "홍콩과 중국 정부는 선거제 개편으로 이번 선거 출마자들이 다채로워졌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투표율이 낮을수록 당국은 당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선출 의석이 대폭 줄어들고 전통적인 민주진영 정당이 불참하면서 많은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홍콩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고 여기며 투표 의욕을 잃었다"며 "친정부 진영과 민주진영 간 날카로운 정치 대결도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투표 동기를 상실했다"고 부연했다.
명보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 투표율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향후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앞서 "입법회 선거 투표율이 낮게 나온다면 그만큼 대중이 정부의 행정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보는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낮은 투표율이 홍콩 선거제와 당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보이콧이나 백지투표는 홍콩인들이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마지막 수단 중 하나"라고 보도해 홍콩 정부가 발끈했다.
명보는 그러나 낮은 투표율이 나와도 중국은 끄떡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문은 "중국 정부는 낮은 투표율에 이미 심적으로 준비돼 있을 것"이라며 "홍콩 선거 보이콧은 투표율만 끌어내릴 뿐 정치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며 홍콩의 선거제 개편을 잘 한 일로 평가하는 중국 정부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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