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공식 대변인' 환구시보 총편집인 펜 놓는다
'사드·BTS 논란' 한국과 악연…국수주의 논조로 '인기'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며 중국과 관련한 민감한 국제 이슈에서 중국 정부를 대변해 왔던 후시진(胡錫進ㆍ61) 환구시보 총편집인이 은퇴를 선언했다.
후 총편집인은 16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오후(老胡·후시진을 가리키는 애칭)는 돌아오는 새해가 되면 62세가 된다. 이제 은퇴할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이미 퇴직 수속을 밟고 있고, 앞으로는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그의 은퇴 선언은 환구시보에 사장직이 신설되고, 이 자리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논설부 부주임 판정웨이(范正偉·41)가 임명될 것이라는 홍콩 매체들의 보도가 있은 뒤 하루 만에 나왔다. 홍콩 매체들은 판정웨이가 부임하면 후 총편집인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후 총편집인은 중국에서 6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대중적으로 영향력이 큰 언론인 중 하나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한중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중일 역사 논쟁 등에서 애국주의적 기사를 쏟아내며 중국 여론을 주도해 명성을 얻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전쟁 발언을 문제 삼는다거나 사드 갈등 때인 2017년 9월에는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같은 막말을 하는 등 한국과는 악연이 깊다.
중국 당국은 후 총편집인의 이런 행태를 '방관'하면서 때로는 타국을 공격할 때 적절히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당국이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인민일보나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거친 표현을 사용할 때는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당에서조차 감당하기 어렵던 후 총편집인의 목소리는 중국 당국의 발표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중국 언론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환구시보는 민감한 주제에 관해 중국 매체들이 침묵할 때 격정적인 어조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주목을 받았고, 그 중심에는 후 총편집인이 있었다"면서 "그가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든 중국인에게 사랑을 받은 언론인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후 총편집인의 위상은 지난해 12월 환구시보 내부 고발로 촉발된 '혼외자' 논란 때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그를 당 중앙 기율검사위원회에 고발한 것은 환구시보 부편집인인 돤징타오(段靜濤)였다. 후 총편집인이 두 명의 회사 동료와 장기간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져 각각 한 명씩 사생아를 두고 있다는 게 돤 부편집인의 주장이다. 후 총편집인은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그의 명성만큼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후 총편집인은 그의 은퇴 선언대로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나 초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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