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광년 밖 우주 '암소' 정체는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 탄생 순간
X선 자료 분석 결과 1천㎞ 이하 압축 천체…주변 별 흡입 중형 블랙홀 가능성도 배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18년 6월 16일 약 2억 광년 밖 헤르쿨레스자리의 은하(CGCG 137-068) 나선팔에서 포착돼 미스터리가 돼온 밝고 푸른 섬광의 정체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인 것으로 제시됐다.
이 빛은 대형 별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는 초신성 때보다 10∼100배나 더 밝고 빨리 사라져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에너지 천체가 만들어내는 짧은 빛인 '순간적인 푸른 빛'(FBOT)으로 분류돼 왔다. 무작위로 부여되는 천체 명명 절차에 따라 'AT2018cow'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됐지만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암소'(the Cow)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따르면 '카블리 천체물리학우주연구소'의 드히라즈 파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X선으로 우주 암소를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초신성 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다는 결론을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우주 암소의 실체를 놓고 중형 블랙홀이 지나가는 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것이란 주장부터 초신성 뒤 블랙홀 탄생의 결과물이라는 가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나 광학 망원경으로 수집한 자료만으로는 정체를 밝혀낼 수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고에너지를 가진 천체 현상이라면 X선을 방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X선 포착 망원경인 'NICER'(중성자별 내부 구성 익스플로러)가 수집한 자료를 찾아 분석했다.
NICER는 하와이 할레아칼라 천문대의 ATLAS-HKO 망원경이 우주 암소를 처음 포착해 학계에 공지하고 닷새 뒤부터 60일에 걸쳐 이를 관측했다.
연구팀은 AT2018cow 근처에서 나오는 X선 신호를 포착해 우주배경이나 기기 잡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4.4 밀리초(1천분의 1초)마다 깜박이는 것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천체의 크기를 계산한 결과, 1천㎞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부합하는 천체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와함께 우주 암소가 방출한 에너지를 토대로 태양 질량의 800배가 넘지 않는 것으로 산출했으며 이를 근거로 중형 블랙홀에서 나온 빛일 가능성도 배제됐다.
파샴 박사는 "초신성 폭발 뒤 압축된 천체가 생기는 것을 관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현상은 일반 초신성에서도 일어나지만 뒤범벅이 된 상태로 발생하다보니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을 뿐이며, 이번 연구 결과로 아기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연구팀은 우주 암소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을 넘어 FBOT나 기타 강력한 빛 현상에 대한 X선 분석이 블랙홀 탄생을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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