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미국과 관계 중요" vs 여론 '미국산 돼지고기 NO'
대만, 18일 4건 동시 국민투표…"대만총통, 힘겨운 싸움"
전문가 "야당, 총통 신임투표로 전환하는 데 성공"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정부가 오는 18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대만은 18일 ▲ 제4원전 상업 운전 개시 ▲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 타오위안(桃園)의 조초(藻礁·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 국민투표와 공직선거 동시 진행 등 4개의 안건을 놓고 국민투표를 진행한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국민투표 결과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24년 치러질 총통·국회의원 동시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지난 두달여 전국을 돌며 전면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차이잉원 정부는 한 안건이라도 가결되면 국정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4개 부동의'(四個不同意)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안건에 반대투표를 할 것을 호소했다. 민진당과 대만 정부 관리들이 총동원돼 유권자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8일 대만 언론 ET투데이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4원전 상업 운전 개시에서만 반대 의견이 다소 높게 나왔을 뿐, 다른 3가지 안건에서는 모두 찬성 의견이 많았다.
특히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를 놓고는 찬성이 56%, 반대가 37.6%로 찬반 격차가 가장 컸다.
대만은 오래전부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길 원했지만 미국은 돼지고기와 소고기 수출 장벽을 먼저 없애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차이 총통은 지난해 8월 말 육질 개선용 첨가물인 가축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와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대만 축산업계와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대했고, 결국 해당 안건으로 국민투표를 치르게 됐다.
대만여론재단의 여우잉렁 대표는 SCMP에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차이잉원 정부가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4개부동의'를 해야 대만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수입을 다시 금지하면 미국과의 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호소는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만 국민은 미국과의 관계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불과 한달 만에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8%포인트 떨어졌다"며 "자신의 정책에 대해 대중을 설득하려는 그의 노력은 무시됐다"고 말했다.
대만여론재단이 지난달 3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46.8%로 전달의 54.4%보다 낮아졌다.
여우 대표는 민진당과 대만 정부의 지지율 역시 같은 기간 각각 6%포인트와 0.8%포인트 떨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대만국제전략연구회 왕쿵이 회장은 국민투표가 차이잉원 정부와 여론 간 이견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당은 국민투표를 차이 총통과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며 국민투표 안건들이 찬성으로 통과되면 지방선거와 2024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승리에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2020년 대선·총선 참패 이후 고전 중인 제1야당 국민당은 민진당과 거꾸로 '4개동의'(四個同意) 구호를 앞세워 강력한 대정부 공세를 펼쳤다.
대만 국민투표는 찬성 유권자가 반대 유권자보다 많고, 찬성 유권자가 전체 등록 유권자(약 2천만명)의 4분의 1만 넘기면 해당 안건은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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