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겠다던 메르켈, 베를린에 사무실…"고문역할 할 듯"
직원 9명 규모로 중심가에 사무실 마련…"동료들 자문에 응할 것"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16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자연인이 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당초 내비쳤던 계획과는 달리 고문 역할 등으로 대중의 시선이 닿는 곳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을 이끌며 장장 5천860일간 재임한 메르켈 전 총리는 8일(현지시간)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올라프 숄츠 총리가 취임함에 따라 16년 동안 독점해온 '총리'라는 익숙한 호칭과 결별했다.
유럽연합(EU)의 중심축인 독일의 수장으로 재임 기간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EU 정상회담, 지난하기로 소문난 독일 연정협상, 쉴새 없이 이어지는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각종 회담에 이르기까지 격무에 시달려온 만큼 그는 퇴임하면 좋은 책을 읽으면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사를 종종 밝혔다.
하지만, 베를린 중심가에 마련된 그의 새 사무실과 퇴임 전 몇몇 인터뷰로 볼 때 메르켈 전 총리는 당초 바람과는 달리 대중의 시야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메르켈 전 총리 측이 지난달 연방의회에 제출한 문서를 입수한 독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베를린 중심 대로인 운터덴린덴에 마련되는 퇴임 후 사무실에 전문 비서, 사무원, 사무실 관리자, 운전 기사 등이 포함된 직원 9명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그의 전임자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사무실보다 더 큰 규모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5년 퇴임 후 전직 총리 자격으로 연 사무실에 직원 7명을 뒀다.
슈뢰더 전 총리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뒤 수개월만에 곧바로 러시아 가스관 운영사 노르트 슈트림에서 직책을 맡아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전임자인 헬무트 콜 전 총리의 경우 은퇴 후 수익성 높은 전략적 자문과 로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고위 정치인이 퇴임 후 12∼18개월은 로비 활동에 직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2015년 독일 의회에서 통과된 터라 메르켈 전 총리가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이런 종류의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그동안 세간에서는 메르켈 전 총리의 퇴임 후 행보를 놓고 추측이 분분했다.
그의 오랜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숄츠 총리가 취임하면 메르켈 전 총리는 "정치적인 삶을 중단하고, 몇 달 동안은 어떤 업무 약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 7일 CDU 소속 의원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조언을 하지는 않겠지만, 동료들의 자문에는 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활동을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 힌트를 준 발언으로 풀이된다.
과학자 출신인 메르켈 전 총리가 퇴임 후 화학자인 남편 요아힘과 함께 연구복을 입고 과학 실험실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그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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