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주의·세대교체 인사 마무리…'뉴삼성' 성장 동력 마련
부사장·전무 통합해 부사장 68명 승진…차세대 CEO 후보군 넓혀
"나이·연차 상관없이 능력 중심" 원칙 강조…이재용 리더십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사장단 인사에 이어 9일 큰 폭의 승진을 뼈대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불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중첩한 상황에서 성과주의 원칙에 기반한 세대교체를 꾀함으로써 '뉴삼성'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부사장 68명 중 40대 10명…최연소 부사장 45세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 따르면 승진자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98명이다.
작년(214명)보다는 승진 규모가 16명 줄었지만, 최근 인사제도 개편에 따라 부사장과 전무를 통합한 뒤 부사장 승진자를 68명 배출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앞서 지난 7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서는 기존 대표이사 3인이 모두 교체되고 사업 부문이 2개로 통합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에 더해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를 대거 배출한 것이다.
이번 부사장 승진자 중 40대는 10명으로 역대 중 가장 많았다.
최연소 부사장은 삼성리서치 김찬우(45) 부사장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김 부사장은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로,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략 제품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았다.
무선사업부 홍유진(49) 부사장은 여성으로, 폴더블폰 등 무선 제품의 사용자경험(UX)을 주도했다.
성과주의·세대교체 원칙에 입각해 30대 젊은 임원들도 전진 배치됐다. 이번 인사에서 30대 상무 승진자는 4명으로 역대 최대 타이 기록이다.
VD사업부 소재민(38), 삼성리서치 심우철(39), 반도체(DS) 메모리사업부 김경륜(38), DS S.LSI사업부 박성범(37) 상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승진 임원 중 최연소는 1984년생인 박성범(37) 신임 상무다. 그는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로, 2012년 삼성전자 입사한 지 9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게 됐다.
삼성전자 최연소 부사장과 상무 승진 기록이 이번에 깨지진 않았다.
최연소 부사장 기록은 2001년 43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김인주 전 사장이다. 최연소 임원 기록은 현재는 퇴사한 인도 국적 프라나브 미스트리씨로, 그는 삼성전자 재직하던 2014년 33세에 상무로, 2020년 39세에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 여성·외국인 확대…소프트웨어·고객 경험 등 미래 성장동력 강조
삼성전자는 다양성·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과 여성 승진자를 늘렸다. 외국인·여성 신임 임원은 17명으로, 전년(10명)보다 7명 증가했다.
생활가전사업부 양혜순(53) 상무는 2017년 11월 상무로 승진한 뒤 약 4년 만인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부사장은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삼성전자의 최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여성 임원 기용이 확대됐다.
DS부문 중국총괄 오양지 팀장은 중국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규 고객 발굴,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중국 매출 향상에 기여한 공으로 상무로 승진했다.
오양지 상무를 포함해 DS 부문에서 여성 신임 상무는 4명이다. 미래 핵심 성장 동격을 확보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우수 인력 발탁이 확대되고,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 차별화 역량을 강화한 인물들이 주요 보직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띈다.
전자 계열사들도 승진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삼성SDI[006400]는 부사장 6명 등 총 21명, 삼성전기[009150]는 부사장 5명 등 총 20명이 승진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에서도 40대 부사장이 각각 1명과 2명씩 발탁됐다.
◇ 능력 중심 젊은 경영자 육성 가속…이재용 '뉴삼성' 체제 강화
이번 삼성전자와 계열사 인사는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홀로 선 총수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두 번째로 단행된 인사다.
특히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임원 체계를 부사장과 상무 2단계로 단순화하고, 승진 때 요구되는 직급별 연한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최근 인사 제도를 개편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직 세대교체를 통해 능력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뉴삼성'에 더욱 속도를 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인사 제도 개편이 안착하면 앞으로 젊은 임원과 부사장 수가 더욱 늘어나고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며 다양성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언제 첫 여성 사장이 배출될지도 재개 안팎의 관심거리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부사장은 나이와 연공을 떠나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 가능한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시킨다"며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해 미래 CEO 후보군으로 경험과 자질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