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코로나19 봉쇄 중 영 총리실 송년파티 의혹 일파만파
공보비서가 파티 관련 농담한 영상 유출돼…비난 여론 거세
존슨 총리, 영상 관련 사과하고 조사 지시…방역규제 강화 논의 중 난감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다들 갇혀 지내는 동안 영국 총리실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총리가 결국 일부 사과했다.
총리실은 그동안 방역규정을 지켰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버텼으나 한 고위 직원이 크리스마스 파티와 관련해 웃으며 농담하는 영상이 유출되고 여론이 악화하자 한 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8일(현지시간)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총리실 직원이 등장하는 영상에 관해 전적으로 사과하고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ITV가 입수한 이 영상에는 알레그라 스트래턴 당시 총리 공보비서가 TV 브리핑을 연습하면서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와 관련해 웃으며 농담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스트래턴 전 공보비서는 총리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작년 12월 18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시점에 촬영한 영상에서 파티를 '업무 미팅'이라고 부르고 '치즈와 와인' 행사라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는 이날 오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영국 정부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사과는 했지만, 파티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파티가 없었고 코로나19 규정 위반이 없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티 관련 의혹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파티도 있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존슨 총리와 앙숙인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보좌관은 총리 관저에서도 파티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교육부 크리스마스 파티에 관해서도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를 맡은 사이먼 케이스 내각 장관이 총리실 파티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에선 존슨 총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존슨 총리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국가를 이끌 '도덕적 권위'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여왕의 리더십과 대비를 시켰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웨스트민스터 대표 이언 블랙포드 의원은 존슨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내보내야 한다"라고까지 말했다.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정부 신뢰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 방역 규제에 관한 당내 지지가 예전보다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마침 정부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 권고, 대규모 행사장 백신여권 도입 등의 '플랜B'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당장 윌리엄 랙 보수당 의원은 존슨 총리가 의회에 설명하지 않고 '플랜B'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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