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압박 속…모디-푸틴 군사·경제 협력 '맞손'
뉴델리서 연례 정상 회담…2년 만에 대면
모디 "양국 관계 어느때보다 강해"…푸틴 "인도는 열강이자 오랜 친구"
러 장관 "S-400 인도 계획대로 진행…美, 양국 협력 위축 시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와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 정상 회담을 열고 군사 등 다방면에서 협력 강화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연례 양국 정상회담을 열고 국방, 무역, 에너지, 우주 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6월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6개월 만에 해외 방문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당일치기' 일정으로 이날 오후 인도를 찾았다.
두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은 2019년 11월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은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우정은 변함없다"며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인도를 열강이자 오래된 친구로 생각한다"며 "합동 훈련 등 군사 협력 분야에서 지속해서 교류해 나가려 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열려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러시아는 인도의 최대 무기 수입국일 정도로 양국 관계는 전통적으로 상당히 돈독한 편이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도는 최근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해 미국과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미국과 갈등 중인 러시아가 상당히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 외교의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완전히 쏠린 것은 아니다.
인도는 미국의 제재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의 도입을 시작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교묘하게 '밀당(밀고 당기기) 외교'를 벌이는 중이다.
러시아 측은 이날 인도의 S-400 도입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날 처음 열린 외교·국방장관 '2+2회담'에서 미국이 S-400 도입과 관련한 인도와 러시아의 협력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계약도 이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인도는 주권 국가라고 확실히 말했다며 "누구의 무기를 살지, 누구와 파트너를 할지는 인도가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언론은 이번 '2+2회담'에서 돌격 소총 AK-203 50만정 이상을 인도에서 공동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또 대공 방어망 시스템 구축, 군사 기술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측은 오는 2025년까지 양국 무역 규모를 현재 약 1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양국은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원자력 개발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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