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 역대 최저치로 추락…에르도안 정권 '흔들'
물가상승률 20%인데 석달 연속 금리인하
"에르도안, '고금리가 고물가 유발' 경제상식 역행 신념"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터키 경제가 통화위기로 휘청거리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도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리라화는 이날 금리 인하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중앙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15%로 1%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당 환율이 6%나 오른 11.3118리라까지 치솟았다.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이날 환율 상승으로 리라화의 가치는 지난 3월 이후 3분의 1 이상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저널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0%에 육박했음에도 터키 중앙은행이 3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면서 통상적인 경제 논리로는 설명 안 되는 이런 움직임으로 터키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터키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19.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특이한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반대 의견을 낸 고위관리들까지 쫓아내면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은 전날 의회 연설에서도 "국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겠다. 마지막까지 금리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이 금리에 짓눌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고금리를 옹호하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20%나 되는데도 금리를 내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전체 경제에 위기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채 상환 부담도 가중할 수 있다면서 터키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전략가인 티머시 애시는 현 상황에서 터키의 잇따른 금리 인하는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미친 짓이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통화정책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탄불에 사는 아이세 카야 씨는 리라화 가치가 떨어져 모든 것이 너무 비싸졌다면서 재앙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38.9%로 한 달 전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이스탄불 시장을 거쳐 2001년 정의개발당을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산층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2003년부터 세 차례 총리를 역임했으며 지난 2014년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에 당선됐다.
터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연임만 허용돼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참가할 수 없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통해 연임제한 규정을 빠져나가 다시 출마하거나 아예 법 개정을 통해 연임제한 규정을 바꿔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는 전문들도 있다고 저널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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