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집값 안정 길목…중장기적 하방 압력 강해"
"정부 공급계획, 1기 신도시 7배 수준…집 꼭 사야하면 사전청약 권유"
"서울시와 공급대책 이견 없어…당장 재건축 규제 풀면 시장불안 우려"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관련해 "확실히 안정세로 접어드는 길목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쪽으로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정부가 최근 집값이 고점이라는 경고를 계속하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객관적인 시장 지표를 보면 그렇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해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11주째, 수도권은 8주째 둔화됐으며 KB부동산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68%까지 떨어졌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매도자는 많고 매수자는 적은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 시중에 매물은 쌓이는데 거래량은 과거 5년 평균 대비 반 토막에 불과해 관망세가 강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노 장관은 앞으로 집값 추이는 공급과 금융의 문제에 달려있다면서 정부 대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공급대책이 총 205만호 규모인데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다 합치면 30만호 정도로, 이의 7배 수준이어서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라면서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차례 올리는 등 코로나19로 늘어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느냐는 질의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예언처럼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안정적인 길로 가는 길목이다. 예민한 시기인데 앞으로 이 안정세가 더 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노 장관은 지금이 집을 살 때인지를 묻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둘러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최근 3기 신도시 등에서 사전청약을 하는데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된다. 꼭 필요하면 사전청약을 두드려보시는 게 어떨까 권유해 드린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대책이 서울 외곽에 집중돼 있고 도심 공급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3080 플러스 대책(2·4대책)이 도심에 부족한 물량을 공급하는 대책"이라며 "올해 초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피부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도심에 재개발·재건축을 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과거 서울에서 성공한 재개발을 조사하니 기간이 평균 13년 걸렸다"면서 "복잡한 소유관계를 조정하고 지자체 인허가 과정을 대폭 줄여 공급을 빨리해보자는 게 3080 플러스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어 정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꺼냈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경제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용한 개념이다.
노 장관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고 민간이 해도 되는 재건축 등의 사업은 공공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오랫동안 진척이 안 되던 지역에 사업성을 높여주고 갈등을 줄여주는 게 공공의 영역"이라면서 "도심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는 데 대해 서울시와 생각이 같다. 서울시와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급대책을 놓고 부딪히거나 이견은 없다"고 단언했다.
노 장관은 당장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시장이 민감한 상황인데 (규제 완화) 대책을 바로 시작하면 당장 공급 효과는 없으면서 기존 주택값만 올라가는 등 시장 불안이 생긴다"며 "최근 힘들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시장을 또다시 불안하게 하는 것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정부가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정작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은 관리하되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한다"며 "급한 전세대출이나 입주 단지의 집단대출 문제 등 정책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 이번 가계대출 관리 대책에서 제외했다. 꼭 필요한 분에게 구김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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