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대선 가도에 '탈세 유죄' 걸림돌 되나
시민단체, 24년전 확정 판결 이유로 '자격 박탈' 청원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자 시민단체들이 수십년전 탈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전력을 내세워 출마 저지에 나섰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의 한 시민단체는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의 대선 출마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날 제출했다.
'마르코스의 복귀를 반대하는 캠페인'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청원서에서 마르코스가 수십년전 탈세 혐의로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공직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마르코스는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법을 무시하고 후보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초에도 여러 인권 및 정치범 지원 활동가들은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필리핀 선관위는 이달 초 제출된 청원서와 관련해 오는 26일 예비 회의를 연다.
마르코스는 지난 1995년 법원에서 탈세 혐의가 인정됐고 이어 2년 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필리핀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으면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마르코스는 가문의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마르코스에 대해 출마 자격이 없다고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올해 64세다.
그의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면서 권좌에서 내려온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이후 마르코스 일가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복귀했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선거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현재 KBL(신사회운동당)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스는 지난달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최근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필리핀 여론조사기관인 SWS가 지난달 20∼23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마르코스는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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