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혼란으로 푸틴은 '행복한 고민' 중"
유럽 외교가 진단…"우크라·폴란드 사태, 러시아엔 '굿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동유럽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알고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각국 외교 전문가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불거진 동유럽 혼란이 실제로는 영토 분쟁이 아니며, 푸틴 대통령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쪽 국경에 병력 9만명을 배치하며 서방의 거센 반발을 샀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는 '행복한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한 분석가는 현 상황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당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합법적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서방에 말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유럽 외교관과 당국자들도 이런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진퇴양난 상황을 촉발한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고 CNN은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병력을 배치하면 서방이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이번에도 미국, 프랑스, 독일이 즉각 비난 성명을 냈다.
이렇게 되면 서방 지도자들은 긴장 완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과 어쩔 수 없이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입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럽의 한 고위급 외교관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 메르켈 같은 인사가 전화통을 붙들고 그와 대화할 때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이자 해법이 된다"면서 "이는 그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곳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 에너지 대란 탓에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천연가스에 목말라 있는 점도 푸틴 대통령에겐 서방의 제재 경고가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CNN은 풀이했다.
벨라루스 상황도 마찬가지다.
벨라루스는 중동 출신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EU 국경으로 몰아내려 하면서 일촉즉발이 됐는데, 이런 '난민 공격'이 현실이 되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는 "아주 기쁜 일"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난민이 일단 EU 안으로 진입하면 손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EU 회원국이 서로 등을 돌리거나 장벽을 세우면서 EU 단결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난민 공격' 배후설이 불거지자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는 한결 같은 지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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