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슈퍼서 담배 퇴출하나…전문가들 "석면처럼 퇴출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주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안전하지 못한 상품'으로 규정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호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담배 판매 중단을 석면과 납 페인트 시장 퇴출에 비유하며 정부에 슈퍼마켓 같은 소매점의 담배 판매 중단 날짜를 정할 것과 담배소비세를 대신할 세수 개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호주의학저널(MJA)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암위원회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8%가 소매점에서의 담배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퀸즐랜드대학 담배정책 전문가인 코럴 가트너 교수는 MJA에 발표한 별도의 글에서 "담배는 현대의 소비재 상품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담배의 소비재 지위를 인정하는 규제 예외주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오염된 식품, 석면, 납 페인트 등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가 호주 정부의 '플레인 패키징'을 인정한 것은 담배 규제가 상업적 이익을 저해하고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도입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플레인 패키징은 담배 포장에 담배 회사 로고 대신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진과 경고 문구를 쓰게 한 포장 방식으로 호주가 이를 도입하자 담배 원료 수출국인 온두라스와 도미니카공화국이 WTO에 제소했으나 WTO는 공중보건을 위한 합법적 수단이라며 호주의 손을 들어줬다.
가트너 교수는 또 플레인 패키징 때문에 호주가 담배 규제에서 세계 선도국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는 2024년 슈퍼마켓 담배 판매 금지 법을 통과시켰고 뉴질랜드도 담배 판매점 대폭 축소 등 새로운 규제를 제안하고 있다며 호주가 오히려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호주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담배 소매 판매에 대한 결정은 주 정부 권한이라며 "정부는 지방 정부와 계속 협력하며 담배 공급과 수요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1960∼2020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128만 명에 이르는 등 흡연은 조기 사망과 장애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30년까지 흡연율을 5% 아래로 낮춘다는 보건 전략을 세웠으나 전문가들은 담배업계의 자율규제와 자발적 조치만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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