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조선 억류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엇갈린 주장
이란 "도난당한 이란산 원유 되찾은 것…미국이 빼앗으려 시도"
미국 "이란이 베트남 유조선 나포…대응 조치 취하지는 않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군에 의해 억류됐다가 풀려난 베트남 국적 유조선 '사우시스'(Southys)호를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은 도난당한 원유를 싣고간 베트남 유조선을 자국 영해로 호송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군의 일방적인 유조선 나포 상황을 지켜봤다고 반박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사우시스호 나포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혁명수비대 주장에 따르면 사우시스호는 지난달 24일 이란 남부 호르무즈건주 자스크 해변에서 약 74㎞ 떨어진 오만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혁명수비대는 이 유조선이 이란이 도난당한 원유를 싣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우시스호가 어떻게 도난 원유를 싣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혁명수비대는 도난 원유를 되찾기 위한 군사 작전을 수행했고, 사우시스호의 통제권을 확보한 뒤 자국 영해로 호송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우시스호를 장악하자, 미국 해군 군함들이 전술 대형을 이루며 접근했다"고 전했다.
이후 유조선을 두고 혁명수비대 고속정과 미군 군함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혁명수비대는 양국 군함의 거리가 30m 이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영상에는 미군들이 갑판에서 이란군과 사우시스호를 지켜보는 장면도 담겼다.
사우시스호는 혁명수비대에 의해 반다르-압바스 항구로 호송됐다.
이란군은 사건이 있은 지 열흘 뒤인 지난 3일 미군이 이란산 원유를 빼앗으려 했으나, 혁명수비대가 이를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이란군의 발표는 테헤란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점거 42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반미 집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리는 이란의 주장과 관련해 "이란이 유조선을 나포했으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 추가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10일 혁명수비대는 도난당한 원유를 모두 회수한 뒤 사우시스호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사우시스호는 이란에 억류됐던 다른 외국 유조선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른 16일 만에 풀려났다.
2019년 7월 나포된 영국 유조선 스테나임페로호는 두 달여 만에 풀려났다. 지난 1월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케미호는 석 달 만에 석방됐었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는 아직 사우시스호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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