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콘텐츠 20개 중 15개가 표절·도용"
WSJ, 내부문건 입수…"사측, 법적책임 우려 방치"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연이은 실상 폭로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이 이번엔 콘텐츠 표절과 도용 행위를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페이스북 파일' 연속 탐사기획을 이어가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진실검증팀 연구진들이 작성한 내부문건을 입수해 페이스북이 콘텐츠의 표절과 도용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법적 책임을 우려해 사실상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제프 앨런 페이스북 수석 데이터과학자가 작성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년도 특정 시점에 페이스북 트래픽 중 40%는 콘텐츠 대부분을 무단 도용한 페이지에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 20%가 원본 콘텐츠 게시자에게, 나머지 40%는 기업 운영 페이지에 몰렸다.
이 같은 콘텐츠 도용은 지금까지 페이스북의 '성공 공식'으로 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페이스북 상위 20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15개는 다른 페이지나 트위터 등 다른 SNS를 명백히 도용하거나 표절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페이스북에서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화제가 됐던 콘텐츠를 도용하는 것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고 파악했다.
이에 국내외 특정 그룹이 SNS에서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분열 조장 콘텐츠를 올리는 등에 활용해왔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푸틴 측근이 후원하는 러시아 인터넷연구기관(IRA)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인터넷 공작을 주도했으며, 대선 이후에도 러시아 등 해외 세력은 표절 콘텐츠를 대량 유통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 내 합법적인 콘텐츠 게시물은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 피해를 봤다고도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저작권 위반 정황에도 페이스북은 눈을 감았다고 지적했다. 법적 책임을 우려로 저작권 침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르면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이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차단하는 등 신속히 대응하면 침해행위에 대한 법적책임이 면제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조치를 보류할 경우 저작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페이스북 대변인 앤디 스톤은 연구진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짜 계정을 삭제하고 도용 기사 배포를 줄이는 등 적극 대응해왔다고 반박했다.
스톤 대변인은 "몇 년 전 문서는 관련 이슈를 이해하려는 자사 노력을 보여주는 반면 그 이후 실행했던 해결책은 반영이 안 돼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에서야 자체 파악한 저작권 침해 현황과 선제적 조치 여부를 처음으로 알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당시 사측은 지난 몇 년간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분석을 통해 표절의 심각성을 깨달은 연구진은 지난해 초 '표절 콘텐츠 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사측에 해결책을 적극 요구하기도 했다.
앨런은 게시글마다 항상 화제가 되는 듯 보이는 페이지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같은 해 4월 프로덕트매니저 애나 스테파노브가 마크 저커버그 CEO와 미팅을 진행한 뒤 앨런이 제기한 해결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전달한 것이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도용 콘텐츠에 대한 페이스북의 처벌 수위도 유의미하게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스톤 대변인은 페이스북이 도용 콘텐츠 배포를 제한하지만, 삭제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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