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 후 영양실조 어린이 급증…눈뜰 힘도 없어
앙상한 뼈만 남아…카불 어린이병원에서만 최소 25명 사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불의 '인디라 간디 어린이병원'은 8월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영양실조 어린이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병실을 1개에서 3개로 늘렸다.
최근 두 달 사이 이 병원에 실려 온 어린이 최소 25명이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영양실조 병실에는 현재 18명이 입원 중이다.
영양실조 병실은 퇴원자가 나오기 무섭게 새 환자가 입원하며, 일주일에 어린이 30명 정도가 실려 온다.
입원 중인 영유아 가운데 생후 4개월의 모하멧은 영양실조로 극도로 수척한 상태다.
모하멧의 어머니는 임신 9개월째 출산하다 과다출혈로 숨졌고, 모하멧은 간신히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다.
모하멧의 아버지는 정부군으로 복무했기에 탈레반이 집권한 뒤 수입이 한 푼도 없다.
또 다른 영양실조 환자인 두 살배기 굴다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있지만, 기력이 너무 없어서 눈조차 뜨지 못했다.
굴나다의 아버지는 폐품을 수집해 판다. 그는 "전에는 다섯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었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기도 먹일 수 있었다"며 "탈레반 집권 후 일거리가 없고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굴나다의 가족은 삶은 감자로 끼니를 때우고, 아이들이 너무 울 때는 차에 적신 빵을 먹인다.
어린이병원의 의사, 간호사, 청소직원까지 대부분 석 달 치 월급이 밀려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 경제는 사실상 무너졌다.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10조4천억원) 상당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그 결과 아프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제기구들의 원조도 줄줄이 중단되면서, 수도 카불 주민 등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 팔고 있다.
올해 극심한 가뭄 때문에 식량부족이 특히 심각하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천만명에 달하며 이중 1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지난 8월 발표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전체 인구의 60%인 2천400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연말까지 320만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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