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신칸센 객차에 방화 시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많은 승객이 탄 전동차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거나 불을 지르는 '묻지마' 범죄가 일본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8일 오전 8시 40분께 구마모토(熊本)현 구간을 달리던 고속열차 규슈(九州) 신칸센(新幹線) 객차에 불을 내려 한 미야케 기요시(三宅潔·69)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미야케는 객차 바닥에 모종의 액체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붙인 종이를 던졌으나 다행히 불이 번지지 않고 꺼져 인명피해는 없었다.
객차 내 비상벨이 울리면서 8량 편성의 신칸센 열차가 긴급 정차해 해당 노선에서 지연 운행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야케는 경찰 조사에서 도쿄 게이오센(京王線)에서 최근 발생한 전동차 방화 사건을 보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운행 중이던 게이오센 전동차에선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 복장을 한 핫토리 교타(服部恭太·24)가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17명이 다쳤다.
핫토리는 "많은 사람을 죽여 사형당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핫토리도 지난 8월 6일 도쿄 세타가야(世田谷) 구간을 달리던 오다큐센(小田急線) 전동차 안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을 따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오다큐센 전동차 난동 사건 범인인 쓰시마 유스케(對馬悠介·36)는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지르려 했지만, 방화에는 실패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20대 여성 등 승객 10명을 다치게 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죽일 대상이) 누구라도 좋았다"고 진술했다. 이른바 '묻지마' 범행이다.
수개월 사이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전동차 내 흉기·방화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일본인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런 사건이 최근 계속 발생해 "무섭다"는 전동차 이용객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건을 보도하는 일본 언론이 범행 수법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해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한 주간지는 물론이고 일간지들도 범인이 사용한 흉기의 종류와 크기, 방화에 사용한 물질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한다.
이 때문에 실패한 범행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한층 완벽한 모방범죄가 가능하도록 언론이 돕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일본인은 "언론이 어떤 식으로 범행했다고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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