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표 예산안 첩첩산중…복지예산 처리시기 결국 또 연기
민주, 인프라 예산부터 처리키로…중도·진보파 설득이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역점 추진한 인프라 예산의 한 축인 사회복지성 예산안의 처리 시점이 5일(현지시간) 또다시 연기됐다.
공화당은 물론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일부 반대가 나와 이를 조율하느라 이미 몇 달을 허비했지만 여전히 남은 쟁점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하는 등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사회복지성 예산안의 처리 시기를 추수감사절인 11월 25일 이전으로 연기하고, 대신 또다른 한 축인 인프라 예산안은 이날 표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이날 두 예산안 모두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못하자 절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지만 지도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그는 올 초 4조 달러의 천문학적인 인프라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도로, 다리 등 물적 인프라 예산이 1조7천억 달러, 교육·의료 등 '인적 인프라'로 불리는 사회복지성 예산이 2조3천억 달러였다.
그러나 인프라 예산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초당파 의원의 합의를 통해 신규예산 기준 5천500억 달러(기존 사업 포함 1조2천억 달러)로 줄인 뒤 지난 8월 상원 관문을 간신히 넘었다. 이 예산은 현재 하원에 넘어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인프라 예산에 담지 못한 예산을 사회복지성 예산으로 넘겼고, 이에 따라 이 예산안 규모는 종전 2조3천억 달러에서 3조5천억 달러로 늘었다.
사회복지성 예산은 공화당이 반대하더라도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하면 민주당 자력으로 충분히 통과가 가능하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문제가 생겼다. 중도파인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상원 의원이 국가부채 증가, 증세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상원의 여야 의석수는 50 대 50으로, 민주당은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활용해야 간신히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두 의원이 반대하면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예산을 절반 규모인 1조7천500억 달러로 줄여 중도파와 합의를 도출했다.
준비가 됐다고 판단한 당 지도부는 두 예산안의 하원 표결 마지노선이자 D-데이를 5일로 잡았다.
인프라 예산안은 이미 상원을 통과한 상태라 하원 관문을 넘으면 대통령의 서명만 남는다. 사회복지성 예산안은 상원 중도파와 충분히 조율했기 때문에 상원 통과에도 별문제가 없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하원의 민주당 중도파 5~6명이 사회복지성 예산의 재원 조달 문제와 관련해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출과 세수에 관한 의회의 분석조차 보지 않은 채 표결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도 근소한 다수석 지위여서 이들이 반대할 경우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CBO 보고서가 나오려면 몇 주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펠로시 의장은 또다시 한발 물러서며 사회복지성 예산안 처리 시기를 추수감사절 이전으로 연기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대신 ▲이미 상원을 통과한 인프라 예산안 ▲사회복지 예산의 처리 절차에 관한 규정 등 2개 안건만큼은 이날 통과시키자고 호소했다.
펠로시 의장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사회복지 예산 통과에 큰 관심을 기울인 당내 진보파 의원들은 그간 이 예산의 통과를 담보하기 위해 인프라 예산과 같은 날 처리하길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장 진보파 의원들은 이날 두 예산안의 동시 처리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가 진보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펠로시 의장이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을지 관건으로 대두된 상황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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