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5년까지 5천명 규모 유럽군 창설 계획"
분쟁·위기 상황에 신속 대응…만장일치 안돼도 즉각 투입
마크롱, 방위 분야 '전략적 자율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연합(EU)이 2025년까지 5천명 규모의 합동개입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EU 내부 문건에 따르면 EU는 적대적인 환경에서 구조 및 대피, 또는 안정화 작전과 같은 모든 범위의 군사적 위기관리 임무에 대처하기 위해 신속대응군 형태의 유럽방위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이 합동개입군은 분쟁이나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 만장일치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즉각 병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EU의 방향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명명된 유럽군 창설안은 국제안보와 방위 문제의 우선순위에 중점을 둔 것으로, 15일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 공식 의제로 제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U는 유럽군 창설안을 논의해 프랑스가 EU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내년 3월에 최종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보를 위임해온 유럽은 1990년대 후반부터 자체 방위기구 창설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비용 문제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으나 갑작스런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정책에 더는 휘둘릴 수 없다는 인식으로 유럽군 창설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으로 미국에 대한 EU 회원국의 불만이 커진 것도 이번 논의의 배경이다.
호주는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안보 동맹에 따라 미국, 영국의 지원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이는 앞서 프랑스 업체와 맺은 56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 파기를 의미한다.
프랑스 정부는 동맹에 배신당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항의 표시로 미국 주재 대사를 한때 불러들이기도 했다.
EU가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을 완성하려면 정치적 통일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터다.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유럽 국가에 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EU 내에서 자체 방위군 창설 요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안보와 방위 분야에서 EU가 독자로 행동할 능력과 책임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EU 대외관계청(EEAS)이 마련 중인 EU 안보방위전략을 내년 초 채택을 목표로 진전시킬 것을 다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방위 투자를 늘리고 군사적 능력과 작전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U 주도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군 창설에 적극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위 분야에서 EU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언젠가 실질적이고 진정한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해 비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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