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예산 첫 시험대 통과…3년여만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의 집권 연정이 '연립정부의 무덤'으로 불리는 예산안 처리를 3년여 만에 이뤄냈다.
4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밤샘 총회 끝에 이날 새벽 6천90억 셰켈(약 231조 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했다.
크네세트가 정식으로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것은 3년여만이다.
예산안 처리가 파행하면서 이스라엘은 한동안 준예산을 편성해 국정을 운영해왔고, 올해 예산안도 회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처리됐다.
또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구매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적잖은 고충을 겪었다.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의 집권 말기인 지난 3년여 동안은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 예산안 처리 문제로 연립정부가 해체되고 다시 조기 총선을 치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이스라엘에서는 4차례나 총선이 치러졌다.
극우부터 중도, 좌파, 아랍계까지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8개 정당이 참여해 '무지개 연정'으로 불리는 현 집권 연립정부도 내부 갈등으로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또 현 집권 연정의 의석수가 '과반 턱걸이' 수준인데다, 야권 지도자가 된 네타냐후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예산안 처리를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네타냐후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주도하는 현 연정을 비난하고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연정은 첫 관문을 비교적 순탄하게 통과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하지만 난관은 아직 남아 있다.
크네세트가 이날부터 5천730억 셰켈(약 217조원) 규모의 2022년 예산 심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는 14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또다시 의회가 해산되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집권 연정에서 첫 총리인 베네트는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축하할 날"이라며 "몇 년간의 혼돈 끝에 우리는 정부를 구성했고, 델타 변이를 이겨냈으며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의 예산안을 처리했다"고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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