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 갈등 속 CIA 국장 모스크바 방문…"양국 관계 논의"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면담…회의 내용은 안 알려져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악의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번스 CIA 국장이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대변인은 "이들이 양국 관계의 여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번스 국장은 주러 미국 대사(2005년∼2008년)를 역임했다.
번스 국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양국 관계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파트루셰프 서기가 모스크바에서 번스 CIA 국장을 만났으며 양국 관계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 내용을 보고할 것이라고 러시아 국영 일간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보도했다.
비밀리에 이뤄진 번스 국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양국이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뤄져 눈길을 주목됐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일 양국 간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포트로스 다이얼로그'에서 화상으로 오늘날 양국 관계가 냉전 시대보다 어떤 측면에선 더 "나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핵무기 군비경쟁, 사이버 안보, 인권, 양국 외교관계에 대해 논의했지만, 관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등 다양한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들에 랜섬웨어 공격을 가하는 해커들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허위정보나 가짜뉴스 등을 동원,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국면에 개입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이 심각한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미국을 '비(非) 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자국 내 미국 외교공관의 러시아인 직원 채용도 금지했다.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미국 총영사관은 2018년 문을 닫았고,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총영사관도 지난해 12월 영구 폐쇄됐다.
우랄산맥 인근인 예카테린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지난 5월 무기한 업무를 중단하면서 현재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은 사실상 모스크바의 대사관만 남았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는 비자 발급 지침과 관련해 러시아를 비자 업무 처리가 어려운 국가인 '집 없는 국가'(Homeless Nationalities) 목록에 추가했다.
현재 러시아인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미국 공관에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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