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못믿어' 홍콩서 코로나 QR코드용 저가 스마트폰 인기
이달부터 관공서·농수산물 시장 출입시 의무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정부 소유 건물 출입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적앱 사용을 의무화하자 해당 앱만을 깔기 위한 용도로 저가의 스마트폰이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고 홍콩 공영방송 RTHK가 2일 보도했다.
RTHK는 홍콩 정부가 이달부터 관공서 등 정부 소유 건물과 농수산물 시장 출입시 코로나19 앱 사용을 의무화하자 사람들이 싼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그간 홍콩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장소 출입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수기로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도록 했다.
그러나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홍콩인들은 대체로 정부의 코로나19 앱을 깔지 않고 수기로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QR코드 스캔을 의무화하자 사람들이 해당 QR코드 스캔 용도로만 쓸 별도의 싼 휴대폰 구매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또 그간 아예 스마트폰이 없던 노인층에서도 새로운 규정에 맞추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야하는 상황이다.
800홍콩달러(약 12만원)를 주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산 한 고객은 RTHK에 "내가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정부의 앱을 깔고 싶지 않다. 그 앱을 통해 내 폰 안의 데이터와 사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내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그 앱을 깔기 위해 새 폰을 하나 샀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고객은 스마트폰 브랜드는 상관이 없으며 정부의 앱을 깔 수만 있다면 저렴한 폰 아무거나 사겠다고 말했다.
RTHK는 "전자기기 소매상들이 몰린 삼수이포와 몽콕 등지의 여러 스마트폰 판매업자들은 주말 사이 최저 399홍콩달러(약 6만원)부터 시작하는 저가폰이 매진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홍콩에서 코로나19 추적앱 사용이 권장되자 정보유출을 꺼려하는 이들이 해당 앱만을 깔기 위해 대포폰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콩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코로나19 백신 초반 접종률로도 나타났다.
홍콩은 충분한 양의 코로나19 백신을 마련하고 지난 2월말부터 접종을 시작했으나 석달여 접종률이 낮아 부심했다.
특히 젊은층에서 코로나19 앱 사용과 함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 정부가 재계와 함께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15억원 짜리 아파트 등 각종 경품을 내놓으면서 접종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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