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망 혼란에 생산 해외이전·외주화 추세 뒤집힌다
기업들 생산시설 본사 가까이 옮기거나 자체 생산으로 전환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화 시대 도입된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방식이 최근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은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시설 해외이전)과 아웃소싱(Outsourcing·외주)이라는 검증된 전략을 추구했다. 생산비가 낮은 지역으로 시설을 이전하고 저숙련 노동은 외주를 주며, 적시 생산과 해상 운송에 의존해 생산비를 낮춰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혼란으로 기업들은 비용 절감보다는 생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여러 기업은 최근 공급망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시설을 본사 인근으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납품업체 근처로 재배치하고 있다. 또는 아예 납품업체들을 사들이거나 외부 계약업체를 사내 조직으로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은 향후 12∼16개월 이내 아시아에서 생산량을 절반가량 줄이고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터키, 이집트 등 지중해 인근 국가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는 비용이 저렴한 아시아 지역 공장에 의존해오던 의류업계의 관행을 역행하는 행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그간 베네통 역시 제품의 58%를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마시모 리논은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태국 등지의 외부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지만, 공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품질 관리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시설 이전에 따른 비용 상승은 더 나은 제품으로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철강업체 마제스틱 스틸은 납품업체와 물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주요 납품업체인 뉴코어의 공장 부지에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칵테일 기계를 생산하는 미국 스타트업 바테시언은 중국이 아니라 시카고 외곽에 재활용 가능한 캡슐 제조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시카고에서 생산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들지만, 운송 정체에 시달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CEO 라이언 클로즈는 "우리가 통제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는 납품업체에 좌지우지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 코로나19 대확산 기간 도급업체들이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아예 자체 고용하기로 했다.
델타항공은 이에 따라 도급업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공항 내 인력 수천명을 직접 고용했다.
델타항공의 CEO 에드 배스천은 "도급업체들을 기다릴 수가 없어 '인소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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