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냉 약탈문화재 반환 임박…직지도 언젠가 돌아올까
특별법 따라 26점 보내기 전 국립박물관 전시
문화장관 "다른 문화재엔 적용 안된다" 선긋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프랑스가 과거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기 전 마지막 자국 내 전시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26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 파리 케 브랑리 국립박물관에서 베냉 약탈문화재 26점을 대중에 공개했다.
이들 문화재는 프랑스가 1892년 다호메(베냉의 옛 이름) 왕국에 있던 아보메 왕궁에서 약탈한 보물이다.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연설에서 과거사를 바로잡겠다며 아프리카 문화유산이 프랑스에 있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프랑스는 베냉 문화재 26점, 세네갈 문화재 1점을 반환하는 법률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검 한 자루는 미리 세네갈 육군박물관으로 돌아갔고 베냉 문화재 26점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칼릭스테 비아 베냉 퀴다 역사박물관 큐레이터는 "반환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냉은 반환되는 문화재를 보관하기 위해 프랑스의 일부 지원을 받아 자국에 따로 박물관을 신축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비롯한 한국 문화재도 2천900점 정도 보관하고 있다.
직지는 외국에 있는 대다수 한국 문화재와는 달리 약탈이나 도난을 당한 게 아니라 구한말에 프랑스인이 적법하게 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독일도 1897년 영국이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에서 약탈한 청동 문화재의 반환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박물관들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는 시선도 목격되고 있다.
영국은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한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 '엘긴 마블'을 두고 그리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 반대파인 영국박물관은 문화재 반환의 물꼬가 터져 서구 국가 박물관들을 텅텅 비우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슬린 바셸로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베냉 문화재 반환이 법적인 선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셸로 장관은 프랑스 법률은 반환할 문화재 27점을 의도적으로 적시해 반환을 위한 일반적인 권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박물관들이 문화재를 계속 보유할 권한에 의문을 제기할 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가 이번에 반환하는 문화재 27점은 프랑스 박물관들이 보유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문화재 9만여점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이 과거 식민지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지정학적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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