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에디슨모터스 품으로 '새우가 고래 품은 격'…정상화까진 험로
추가 자금·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생존 달려…산은 지원도 요구
인수자금 별개로 추가 1.5조원 조달 계획…전기차 생산 '집중'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쌍용차[003620]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7개월 만에 에디슨모터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20일 쌍용차 인수·합병(M&A) 관리인 보고 평가 결과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을 인수 후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일한 인수 후보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된 셈이다.
법원이 인수제안서를 받고 한 달 동안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검토한 뒤 결론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와 비교해 규모가 작은 에디스모터스의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 새우가 고래 품었다…자금력 우려 해소할까
에디슨모터스는 1t(톤) 전기트럭과 9.3m 전기저상버스, 8.8m 전기저상버스를 판매하는 전기버스 전문 생산 업체다.
전기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쌍용차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쌍용차와 비교하면 에디슨모터스의 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의 매출은 에디슨모터스의 32배나 된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897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이지만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천297억원, 영업손실은 4천460억원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앞서 자금력에 대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이미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2천700억원을 확보했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4천억원가량을 투자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자금으로 3천억원대 초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현재 갚아야 할 빚이 공익채권 등을 포함해 7천억~1조원가량 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지급하는 인수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더라도 이후 운영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 상환 비율 조정을 통해 부채가 줄어들 수 있지만, 인수자금 3천억원의 대부분은 당장의 부채 상환에 활용되게 된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과 별개로 쌍용차 운영자금, 미래차 연구·개발 비용으로 향후 2~3년간 1조5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에디슨모터스의 최대 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는 상장사인 초소형 전기차 생산 업체인 쎄미시스코[136510]를 인수했다. 비상장사인 에디슨모터스가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하기 위해 상장사를 인수했다.
쎄미시스코는 사명도 '에디슨 EV'로 변경했고, 향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쌍용차 운영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자체적인 자금 조달만으로 2~3년간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후 자금난에 대비해 산업은행의 지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 전환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면 추후 산업은행이 쌍용차 시설, 토지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에디슨모터스의 입장이다.
◇ 전기차 업체로의 전환…경쟁력 확보·노사 협의 과제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쌍용차를 테슬라, 폭스바겐, 토요타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 모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기술력을 승용차에 적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3~5년 이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에디스모터스는 인수 이후 기존 직원들의 고용 승계뿐 아니라 신규 채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대리점 유지 등의 영업비용을 절감하면서 전기차 개발·연구를 위한 인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제안서를 통해 2022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등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수 이후 이르면 2022년 하반기 전기차 '스마트S'를 처음 출시할 예정이다.
에디슨모터스가 가진 전기차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을 쌍용차가 가진 양산형 내연기관차 시스템과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에디슨모터스 측은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쌍용차가 만든 전기 SUV는 1회 충전에 주행거리가 307㎞에 불과하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전기버스는 500㎞ 주행이 가능하다"며 "단종된 체어맨과 무쏘에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시스템을 장착하면 500~800㎞를 주행하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성능과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을 시작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1조4천억원의 기술개발비를 투입한 쌍용차가 또다시 경영난에 빠진 상황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의 자금 투입으로는 반전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디슨모터스가 내세우는 전기차 기술력도 글로벌 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전기모터 등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 등과 비교하면 쉬운 사업 모델"이라며 "부품을 잘 조립해 오류가 나지 않는 것을 기술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 완성차업체가 모두 사용하는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핵심부품 자체 개발이 아니면 차별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이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일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쌍용차 노사는 앞서 직원 무급 휴직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에 대해 합의했지만, 인수 이후에는 에디슨모터스와 다시 자구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 노조와 임직원도 변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사측과 노조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회사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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