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서 획득 인도네시아인 5천700명…"한국 보내달라" 시위
"한국에 빨리 일하러 가고파요" 현수막 들고 자카르타 도심 행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에 빨리빨리 일하러 가고 싶어요", "인도네시아 노동자, 마음으로 일하는 노동자"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노동부 청사 앞에서 한글 현수막과 인도네시아어 피켓을 든 수백 명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국행을 도와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어시험과 면접 등을 통과해 한국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은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이다.
본래 2004년부터 양국 정부 약정에 따라 매년 인도네시아인 근로자 5천∼7천명이 한국행 기회를 얻었다.
2019년 가을 기준으로 총 9만명(누적 기준)이 한국에서 일했고, 6만여 명이 복귀하고 3만명이 체류 중이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과 양식장 등 어업 분야에서 일한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16개국에서 고용허가제에 따른 인력을 수입한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국내 감염 확산 방지 등을 위해 고용허가서 획득 외국인의 국내 배치를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서 취업한 인도네시아인 근로자는 지난해 641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인도네시아 EPS(Employment Permit System)센터에 따르면 고용허가서 획득 후 한국 배치를 대기 중인 인도네시아인은 5천700여명이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5∼7월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 하루 확진자가 4만∼5만명을 기록했다.
고용허가제가 아닌 민간사업으로 한국에서 선원으로 취업한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 입국 후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일일 확진자 수는 7월 15일 5만6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최근에는 1천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에 한국 취업을 기다리던 인도네시아인들이 하루속히 한국에 보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갈 기회를 '복권 당첨'에 비유한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연간 GDP(국내총생산)는 약 4천 달러(472만원) 수준이다.
한국에서 일하면 최저임금제 적용에 따라 월 최저 182만원을 받고, 기술이 숙련되거나 야근, 특근을 하면 250만원 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월급의 30%를 한국에서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70%를 인도네시아에 송금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앉자 우리 고용노동부에 서한을 보내고,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와 면담하는 등 인력 수입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날 시위를 주도한 아지스 유리안토는 "한국이 동남아 다른 이웃 나라에서는 고용허가제 인력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며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도 속히 한국에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