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210만 명 기아 직면…가뭄·코로나·메뚜기떼 삼중고
불규칙적 기후 패턴에 구호 기관 지원 활동도 어려워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지난 2년간 몰아닥친 가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그리고 사막 메뚜기떼의 창궐로 21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다고 현지 국가가뭄관리국(NDMA)이 밝혔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식량과 물에 대한 접근은 기후 변화의 점진적인 영향 속에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시급한 과제라고 전하고, 케냐 내 목축 및 농업지대에서 강, 저수지, 댐이 메말랐으며 기타 천연 수원지를 채운 물은 저수 용량의 20~40%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서부 투르카나 카운티의 유니스 아루와 그녀의 다섯 살 난 딸은 현지 적십자사가 배급하는 식량을 얻기 위해 카푸아 마을까지 5㎞를 걸어야 했다.
이곳 마을의 중앙광장은 이미 식용유, 옥수숫가루 등 배급품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실은 트럭 1대를 주린 배를 안고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찼다.
5인 가족의 경우 6일 동안 먹을 수 있는 구호 식량을 배급받지만 아루는 숲에서 나는 야생 과일로 부족한 끼니를 보충할 예정이다.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은 최근 예측할 수 없는 기후 패턴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기가 아닌 때에 비가 오고 우기 때에는 가뭄이 닥쳐 농작물 씨앗이나 가축 먹이, 그리고 식량을 언제 나눠줘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케냐 적십자의 아네트 음사베니 사무차장은 "매우 덥고, 매우 건조하고, 물도 없고, 음식도 없고, 가축을 위한 목초지도 없기 때문에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음사베니 사무차장은 구호식량 배급은 단기적 조치이며 기후 변화의 여파에 따른 저항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행위로 개발도상국이 고통받고 있다는 케냐 기후변화연구소의 솀 완디가 교수는 "온실가스의 95%는 선진국이 만들었으며 이제 중국, 인도, 그리고 브라질이 합류했다. 이들 국가의 활동은 우리에게 가뭄을 안겨 주고 가뭄의 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완디가 교수는 그러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재배하는 작물을 개량해야 하며 "농업전문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빚어진 현재 조건에 맞게 변형한"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NDMA 보고서는 올 10~12월 케냐 장마는 예년보다 적은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말까지 최대 24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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