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과 대치 중이지만 징병제 재고 중인 한국"
한국내 찬반 여론 등 징병제 실태 조명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에서 오랫동안 징병제를 유지해 온 한국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7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징병제는 오랫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막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들어 사회 분위기와 여건이 달라지면서 한국의 징병 정책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한국 정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 제도를 시행하고, 일부 정치인은 여성을 징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젊은이를 징집하는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세계 3분의 1도 안 되는 국가만이 적극적인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2019년 내놓은 바 있다.
NYT는 탈영병을 잡는 헌병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소개하며 징병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늘고 있는 한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강인화 서울대 역사학과 교수는 NYT에 "징병제를 운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남성들에게 군대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떠올리게 한 'D.P.' 방영 이후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징병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NYT는 밝혔다.
징집 대상인 젊은 층의 인구 감소도 징병제의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이 신문은 짚었다.
한국은 빠르게 감소하는 출산율로 인해 징집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에는 젊은 남성들의 징집 비율이 약 50%였지만, 현재는 90% 이상으로 늘어났다.
징병 기준이 확대되면서 징병제에 대한 국민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지난 5월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 성인의 42%만 징병제 유지를 찬성했는데, 이는 2016년과 비교해 6% 포인트 낮은 수치다.
2014년 모노리서치의 조사 당시에는 조사 대상 중 56%가 징병제 유지에 찬성했다.
징병제를 둘러싼 이같은 인식 변화로 한국에서도 징병제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군 복무 기간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민간 환경에서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겼다. K팝 스타들 역시 30세까지 군 복무를 연기할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NYT는 군 복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징병제 지지자들의 주장도 소개했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은 NYT에 "2040년에는 20대 남성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군이 신병들을 더 오래 군에 머물도록 장려하고, 더 많은 자원봉사자를 모으지 않는 한 필수 인원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징병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더 적합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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