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서 '백신 의무화' 놓고 시정부-경찰노조 충돌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곳곳에서 저조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의무화를 놓고 시(市) 정부와 경찰 노동조합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정부가 경찰관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많은 경찰관과 노조가 반발하며 사직하거나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대부분의 경찰관이 시 정부가 고용한 공무원이다.
가장 첨예한 갈등의 현장은 시카고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8월 경찰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10월 중순까지 백신 접종 여부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 8일에는 15일까지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는 시 공무원은 무급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접종 여부를 반드시 보고하고 미(未)접종자는 주 2회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대 경찰 노조의 하나인 경찰공제조합(FOP) 시카고지부는 경찰관들에게 라이트풋 시장의 지시를 무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라이트풋 시장은 FOP 시카고지부의 존 카탄자라 위원장이 "'마감일까지 백신 증명서를 제출하지 말고 잠정적인 무급 행정처분을 감수하라'고 요구해 불법 태업 또는 파업을 부추겼다. 시카고 경찰은 파업이 금지돼 있다"며 이 단체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FOP 측은 보고 의무화 전 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라이트풋 시장과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을 상대로 역시 소장을 제출했다.
볼티모어에서도 경찰노조 위원장이 경찰관들에게 시 당국에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접종 여부 보고 의무화가 다음 주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양측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새너제이에선 지난달 말 백신 접종이 의무화된 가운데 시 당국이 백신을 맞지 않은 경찰관도 연말까지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에겐 징계 처분과 검사 의무가 부과된다.
미시간주 앤아버의 관리들은 최근 경찰노조가 반발하는 가운데 시 공무원에 대한 백신 의무화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 시애틀에선 경찰 노조위원장이 백신 의무화로 경찰관 인력 부족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경찰관 사망 추모페이지'(ODMP)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경찰관은 460여 명으로,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업무 중 총격으로 숨진 사례보다 4배 이상 많았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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